[단독③] 송혜교 "어느 순간 내 연기 지겹기도..'차정숙' 엄정화 연기에 울었다"(청룡시리즈어워즈 인터뷰)
[스포츠조선 문지연 정빛 기자] 배우 송혜교(42)가 더 넓어질, 차기작의 세계를 예고했다.
송혜교는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더 글로리'로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더 글로리'는 송혜교가 학교폭력의 피해자 문동은으로 분해 극을 이끌어간 원톱 주연극.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도 사로잡으며 파트1과 파트2 모두 글로벌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대상 수상자로 스포츠조선 사옥을 찾은 송혜교는 '더 글로리' 이후 넓어진 작품 세계를 만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연기가 늘 좋았고, 어렵고,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조금 다양한 작품을 하지 않다 보니까 제 연기가 저도 지겹더라. 또 보여지는 모습도 똑같고, 나도 이렇게 질리는데 보는 사람이 나를 보면 재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연기하는 게 재미가 없더라. 그때 '더 글로리'를 하면서 장르도 달라지고 제 목적이 달라지니까 표정도 대사톤도 달라지고, 그걸 보는 나의 표정 연기가 되게 재미있었다. 데뷔한지 한참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새로 본 내 얼굴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다시 연기가 재미있어졌고, 색다른 장르 상황에 놓인 신선한 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조금씩 하게 돼서 앞으로는 그런 장르물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 그전엔 '송혜교가 그런 것 할 수 있을까?'해서 안 보셨던 분들도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 받아보는 작품들도 이전보다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작품을 바라보는 성숙한 자세 역시 송혜교가 '톱'인 이유였다. 송혜교는 "저는 잘됐다가도 잘 안됐던 적도 많았다. 잘되면 좋겠고, 물론 제가 찍는 작품이니 정말 열심히 한다. 기대하시는 분들을 위해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지만, 안 맞을 때도 있잖나. 운도 작용하고, 그러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저는 제가 선택한 작품을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 같은데 잘되면 좋겠지만 안되는 것도 이제는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다. 물론 마음이 쓰리기야 하겠지만, '이게 안돼서 죽고싶어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두려움이 없다"고 용기있게 말했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쏟아졌다. 송혜교는 "저는 안 해본 것이 되게 많다. 멜로 드라마를 많이 했고, 어릴 때부터 그랬기에 제가 아직 안 해본 장르가 너무 많다. 공포도 해보고 싶고, 완벽한 스릴러도 해보고 싶고, 또 악역도 해보고 싶다. 코미디가 더 많이 가미가 된 로맨틱 코미디 푼수 역할도 해보고 싶다. '풀하우스'가 2004년도 스물 네 살 때니까,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엔 진지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 최근에는 '나쁜 엄마'를 재미있게 봤었고, '닥터 차정숙'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엄)정화 언니가 울 때는 같이 울었다. '슈룹'도 너무 재미있었다. 본방송을 볼 때도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거나 해외에 나가 있을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 보기는 봤다. 촬영이 끝난지 1년이 되었으니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빨리 현장에 가고 싶고 부럽다"며 눈을 반짝였다.
차기작 선택은 쉽지 않다. 심나연 감독, 한소희와 함께 '자백의 대가'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불발됐다. 송혜교는 "(한소희는) 사랑스러운 친구인 것 같다. 함께했다면 좋았을텐데, 저도 소희 씨도, 심나연 감독님도 아쉬워해서 '언젠가 꼭 만나자'고 헤어진 것이라서 더 아쉽다. 젊은 MZ세대 같은, 이 시대에 잘 맞는 여배우와 함께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는데. 요즘엔 여자들 얘기를 다루는 작품이 많아져서 또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96년 스마트 모델로 데뷔한 이후 27주년을 맞이했다. 늘 '톱'으로 위치했던 송혜교에게 매년 매년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성숙해지는 시간이라고.
"숫자를 생각하며 살지는 않았는데 가끔 가다가 숫자로 알려주면 '와 진짜 오래됐네. 나이 많이 먹었네'한다. 외적인 변화만 생기지 속은 비슷하다. 그리고 주변의 분들도 비슷하다. 다만 조금씩 인생 경험을 하면서 여자로서 성숙해지고 인간으로서 성숙해진다는 부분이 다를 뿐이다. 지금까지 좋은 작품을 만나서 계속해서 좋은 위치로 가고, 또 주춤했다가 좋은 자리에 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바로 나를 오늘까지 유지해주는 시간이 아닐까."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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