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문 열린 채 비행’ 아시아나 대응 부적절…피의자 놓칠 뻔”

지난 5월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문 열림’ 사고와 관련해 항공사의 초동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아시아나 보안사고 조사결과’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의 당시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보고 아시아나항공에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토부는 또, 아시아나항공 측에 시정 조치 및 불법행위 발생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처분 등도 함께 내렸습니다.

사고 당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여객기 착륙 직후 문을 연 승객의 신병을 적극 확보하지 않았고, 불법 행위를 인지했음에도 당국에 늑장 보고했다고 국토부는 지적했습니다.

국토부 조사 결과, 사건 당시 승객 이 모 씨와 같은 열에서 불과 3ｍ가량 떨어진 곳에 있던 객실 승무원은 이씨의 비상문 조작 사실을 즉각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승무원은 당시 비상문이 오작동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안전 운항을 위해 승객의 동향을 감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업무 교범’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고의적인 업무상 과실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A321 기종의 비상문 잠금장치가 이씨가 앉은 자리(31A)에서 왼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조작 가능하다는 점, 이씨 옆자리 승객들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만큼 개문 행위가 순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입니다.

국토부는 또 여객기 착륙 직후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불법 행위에 의해 비행 중 문 열림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을 인지하고도 즉각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여객기가 낮 12시 37분께 착륙한 직후 기내에 있던 의사로부터 진료받았습니다. 이 의사는 오후 1시 1분께 여객기에서 내리며 객실 사무장에게 ‘이씨가 비상문을 열었다고 혼자 중얼거렸다’고 전했습니다.

사무장은 전달받은 의사의 발언을 공유하고자 대구공항 지점 사원을 무선으로 호출했으나, 이 사원은 부상 승객을 수습하는 바람에 즉각 응답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는 공항 청사 외부에 10여분간 머물다가 동행한 아시아나항공 지상직 직원과 대화하던 중 범행을 자백해 경찰에 넘겨졌습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피의자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사무장은 사건 정보를 대구지점 등에 긴급 전파·보고하거나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려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피의자를 구금·제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객 청사 바깥에 머물게 해 도주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되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국토부에 따르면 사무장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이씨가 비상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오후 1시 1분∼10분 세 차례에 걸쳐 듣고도 이를 당국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국토부 보안 담당자가 처음 보고받은 것은 이로부터 1시간여가 흐른 오후 2시 14분이었습니다.

항공보안법과 국가항공보안계획, 아시아나항공 자체보안계획 등에 따르면 항공사는 보안상 불법 행위가 발생했을 때 즉각 국토부 장관과 관할 지방항공청장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국토부는 자체 보안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항공사에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항공보안법 조항을 적용해 아시아나항공에 과태료 처분을 했습니다.

기내 승객 동향 감시 소홀, 부서·직원 간 상황 공유 미흡, 피의자 신병 확보 조치 부적절 행태에 대해 시정 조치를 하는 한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기내 불법행위 초동대응 미흡에 대해서는 관련 교육과 훈련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앞서 지난 5월 약 200m 상공에서 착륙 준비 중이던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비상문 잠금장치를 임의로 조작해 출입문을 연 33살 이 모 씨가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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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written@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