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만기 美기업부채 9030억弗...고금리 충격은 그때부터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9. 2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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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42번가를 따라 늘어선 건물 사이로 해가 지는 '맨해튼헨지'가 연출되고 있다. '맨해튼헨지'는 매년 5월 말과 7월 초에 태양이 42번가 건물 사이로 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2023.05.31.

뉴욕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악재라고 볼 수 없는 작은 경제지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추가 긴축을 예고한 중앙은행의 경고를 깊게 받아들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은 207.71포인트(1.57%) 떨어져 지수는 13,063.61에 마감했다. 다우존스(DJIA) 지수는 전일보다 388포인트(1.14%) 내린 33,618.88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63.91포인트(1.47%) 하락한 4,273.53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분위기는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의 전일 발언으로 냉기를 뿜었다. 다이먼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더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는 "기준금리 7%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해 난데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준이 분명 올해 1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만을 언급했는데 가장 유력한 월가 인물인 그가 가당치 않은 레인지를 제시해서다. 다이먼의 지적은 긴축 분위기가 한 두 분기가 아닌 1~2년 동안 지속될 거란 예상의 과장된 표현으로 받아들여졌지만 그렇지 않아도 실망감이 역력한 시장에 찬물을 더 끼얹는 작용을 했다.

중앙은행이 추가 긴축을 예고한 가운데 정치권은 이날도 내달 초 정부폐쇄 가능성을 높였다. 공화당의 극우파 의원들은 바이든 정부에 도움이 될만한 예산안 타협에는 관심이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의원들에게 이 걸 빨리 해결하자고 촉구했지만 의회에서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긴축기조에 쌓여가는 악재..내년부터 고금리 리파이낸싱
다시 저금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기업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조금만 더 버티면 금리가 낮아질 거로 기대했던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이들의 미래가 녹록치 않아서다.

울프 리서치의 최고 투자 전략가 크리스 세넥은 '기업 부채 재융자 이슈가 내년부터 더 긴급하게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융자, 즉 리파이낸싱은 내년부터 이자비용 증가로 인해 S&P 500 기업들의 주당 운영자금에 5~7달러의 손실을 안길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배경에서 S&P 500의 2024년 영업 EPS(주당이익)가 4.5% 하락해 21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고금리가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기업 실적은 내년에 평균적으로 추락할 거란 우려다. 하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12% 성장한 249달러로 (잘못) 예측되고 있다.

울프는 2024년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기업 부채(금융회사 제외) 9030억 달러라고 지적했다. 이는 2023년 2040억 달러보다 343% 증가한 수치다. 기업부채는 2025년에 전년비 42% 증가한 1조 2800억 달러, 2026년에는 15% 증가한 1조 4700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세넥은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의 금리가 10년물 기준으로 조만간 5%까지 치솟을 거라고 우려했다. 채권 발행량에 비해 수요가 줄고 있는데, 유가 상승과 일본은행의 수익률 곡선정책 완화가 미국채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니다, 2024년에 큰 장 온다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씨티글로벌웰스의 스티븐 위팅은 "연준의 매파적 신호가 최근 몇 주간 주식에 하향 압력을 가했지만 이러한 조정이 특히 소규모 기업의 경우 2024년에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팅은 "투자자들이 위기 속에서 망하지 않을 대형주만 찾은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소형 성장기업은 대기업들에 비해 약 40% 할인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소형주 포트폴리오로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UAW 파업이 인플레에 상승압력..파업의 정치화
[캐롤튼=AP/뉴시스] 25일(현지시각) 미 텍사스주 캐롤튼에 있는 한 물류센터 앞 거리에서 전미자동차노조(UAW)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노조는 미국 중산층을 창출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으며 중산층 처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동차노조 파업 원인이 무리한 전기차 육성 정책 때문"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비난했다. 2023.09.26.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현재 파업을 진행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인플레이션 퇴치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 스텔란티스 등 '빅 3' 자동차 제조업체의 공장을 대상으로 한 이번 파업은 이미 낮은 수준의 자동차 재고를 줄일 위험이 있다고 분석가 푸자 스리람이 지적했다.

결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 디트로이트를 찾았다.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 경쟁의 최대 라이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하루 앞서 전미자동차산업노동조합(UAW)을 만났다. 현직 대통령이 노조를 지지해 파업 현장을 찾는 최초의 사례로 전해졌다.

UAW가 파업을 시작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에 오는 27일 미시간 방문 계획을 세우고 노조 측과 일정을 조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앞서 UAW를 위해 백악관 관리 2명을 미시간에 보내기로 했지만 계획은 이행되지 못했다. UAW 지도부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데다 워싱턴에서 노사 교섭을 중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다시 판단해서다.

하지만 최대 라이벌인 트럼프가 미시간 방문 계획을 노출하자 백악관의 호흡이 가팔라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 대통령인 바이든이 전 대통령 트럼프에 밀리는 것으론 나타나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국가에 대한 비전만큼 정치적 스타일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주요 경합주에 있는 강력한 유권자 집단에게 서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경쟁하는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이라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노동자들에게 정책적 실패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노조에 "기억하라, 그 사람(바이든)은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아 중국이나 다른 외국에 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당신들 직업을 유지하고 당신들을 부자로 만들 것"이라고 부추겼다.

바이든 선거 캠프의 대변인 암마르 무사는 이에 대해 "어떤 이기적인 사진 촬영도 트럼프가 노조 노동자들을 버리고 그의 부유한 친구들과 함께한 4년을 지울 수 없다"고 맞대응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수석 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시간 방문은 그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밀러는 이어 "이것은 바이든의 정치적 기반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바이든의 미시간 방문이 트럼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미시간은 2024년 바이든 재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합주로 평가된다. 미시간은 2016년에는 트럼프를 지지했고, 2020년에는 바이든을 승리하게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미국에서 기후 규제를 제안했는데 이는 현재 5.8%에 불과한 신규 승용차의 3분의 2를 2032년까지 전기 자동차로 바꾸는 계획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일 성명에서 "임금 인상이나 근무 시간 단축 ,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 등 디트로이트 자동차 제조사 3곳의 혜택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에 확고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파업 현장에서 중간계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노조의 임금인상 등 주장에 동의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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