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8분 만에 매진, 앨범 20만장 판매… 팬덤 키우는 ‘가상인간’ 아이돌

김송이 기자 2023. 9.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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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아이돌, 오프라인 콘서트 티켓 1만장 8분 만에 매진
플레이브, 초동 앨범 판매량 20만장 넘어
”웹툰·게임 등에 등장할 수 있어 IP 확장 무궁무진”

가상인간(버추얼 휴먼) 아이돌의 인기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오프라인 콘서트 티켓이 10분도 안 돼 매진되는 것은 물론이고 앨범 판매량이 일주일 만에 20만장을 돌파했다. 가상 아이돌 팬덤이 커지면서 IT업계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인간 걸그룹 '메이브'./넷마블에프앤씨 제공

27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6인조 가상인간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은 인천 달빛축제공원에서 첫 오프라인 콘서트를 가졌다. 이세계아이돌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유명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오디션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가상 아이돌이다. 데뷔곡 ‘리와인드(RE:WIND)’로 벅스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 콘서트 1차 예매에서는 1만장 규모의 티켓이 예매 시작 8분 만에 전량 매진됐다.

그동안 가상인간 연예인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 정식 데뷔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기술의 한계로 몇 분 분량의 입 모양을 움직이는 데도 억 단위의 돈이 들어가고, 흥행에 실패하면서 제작사가 2004년 파산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가상인간 연예인이 등장했지만, 외형과 음성이 실제 사람과 괴리가 커 흥밋거리로 소비되는 데 그쳤다.

상황은 막강한 기술과 자본력을 가진 게임사 등이 가상인간 아이돌 제작에 뛰어들면서 달라졌다. 올해 초 데뷔한 4인조 가상인간 아이돌 ‘메이브’는 카카오엔터와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각각 기획·제작했다. 메이브의 겉모습과 목소리는 넷마블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는데, 언리얼 엔진 등 게임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고급 기술들이 동원됐다. 카카오엔터는 실제 신인 아이돌을 데뷔시키듯 메이브의 기획 단계부터 음반, 뮤직비디오 제작, 마케팅 등의 과정을 담당했다.

실제 인간과 흡사한 가상인간 아이돌이 등장하자 대중은 열광했다. 메이브가 부른 ‘판도라’의 유튜브 조회수는 영상 공개 7개월 만에 2500만회를 넘겼다. 비슷한 기간 동안 이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한 아이돌은 블랙핑크, 르세라핌 정도다. 이세계아이돌은 한국 가상인간 아이돌 최초로 빌보드 한국 차트 3위에 올랐고, 지난달 24일 발매한 플레이브 미니앨범의 초동 판매량(1주일 판매량)은 20만장을 돌파했다. 플레이브는 게임엔진 전문가가 모인 스타트업 블래스트가 제작한 가상인간 남성 그룹이다.

인기에 힘입어 가상인간 아이돌의 활동 영역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넓어지고 있다. 가상인간 아이돌 이터니티(IITERNITI)는 다음 달 데뷔 3년 만에 첫 단독 오프라인 콘서트를 개최하고, 플레이브는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플레이브 팝업스토어 오픈 첫날에는 팬들의 밤샘 ‘오픈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실제 인간 아이돌 못지 않은 팬덤 활동도 오프라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서는 플레이브 멤버 ‘밤비’의 생일파티가 열렸다.

가상인간 아이돌의 장점으로는 외모가 일정하고, 사생활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꼽힌다. 가상인간이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나이가 들지 않고, 언제나 일정한 외모를 유지한다. 학교 폭력 같은 과거사나 열애설, 음주운전 등 사생활 문제가 불거질 일도 없다. 더구나 가상인간 아이돌이 자신의 감정을 적극 표현하면서 ‘인간적 면모’를 보이는 점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IT업계 관계자는 “가상인간 아이돌을 만드는 데 초기 투자 비용이 들지만, 한번 캐릭터를 만들면 시간과 장소에 상관 없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 “웹툰, 게임 등에 등장시킬 수 있어 지식재산권(IP) 확장이 무궁무진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을 계속 창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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