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전략 동반자’ 한-베트남의 지속가능한 미래 30년 구상 [더 나은 세계, SDGs]

지난 21일부터 4일간 경북 봉화군이 개최한 제27회 송이한약우 축제 기간 중 열린 한 행사는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축제 이튿날(22일) 개최된 ‘봉화 베트남 마을 조성 및 베트남의 날 행사’ 때문인데, 지역 축제에서 특정 국가와의 문화·예술·교육·경제 협력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배경을 알고 나면 더 놀랍다. 봉화군에 조성된 베트남 마을에는 충효당이라는 사당이 있는데, 이 사당은 임진왜란 때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의병으로 참전해 왜적과 싸운 이장발(1574~1592)을 기리고 있다. 이장발은 베트남의 첫 독립 왕조인 리 왕조의 13대 후손이다. 베트남의 리 왕조 후손들이 고려 때 봉화에 정착했고, 이들은 훗날 몽고군과 왜군의 침략에 맞서 우리와 함께 싸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해마다 리 왕조가 출범한 음력 3월15일 한국 종친회 간부들을 본국 기념식에 초청해 행사를 진행할 정도로 이를 양국 우호의 큰 상징으로 여긴다.
이번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지난해 5월부터 베트남 호치민경제대 명예 학장을 맡아 양국 민간 협력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호치민경제대는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인 타임즈 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THE)의 ‘세계 대학 영향력 평가’(THE Impact Rankings)에도 이름을 올린,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최고 명문대 중 한곳이다. 베트남의 상징과도 같은 이 대학에 한국인이 명예 학장으로 취임했다는 사실에 당시 현지 언론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지난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은 민간 교류뿐 아니라 정부 간 협력도 더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23일 베트남을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수도 하노이의 주석궁에서 보 반 트엉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회담 후 이어진 공동 언론 발표에서는 “베트남은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 이행에 있어 핵심 협력국”이라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외교·안보·경제·산업 협력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은 앞으로 7년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한도를 기존 15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확대 갱신하기로 하고, 20억달러 규모의 경협 증진자금 협력 약정도 체결하여 오는 2030년까지 총 40억달러의 유상 원조를 지원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또 양국 정상은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협력을 더 가속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위해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의 원활한 이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베트남에 풍부한 희토류 등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를 공동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뿐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수소 생산, 스마트시티,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현재까지 후속조치도 활발하다.
6월 국빈방문 기간 중 맺은 양국 기업 및 유관기관 간 업무협약(MOU)과 계약 111건에 대한 이행을 위해 관련 부처가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베트남 플러스인 코리아 및 코리아 플러스인 베트남 MOU’ 후속조치로 양국 주요 관계자가 참여한 범정부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서울에서 1차 ‘베트남-코리아 플러스 공동 작업반’ 회의를 개최했고, 실무 협의체 구성 및 이행을 위한 본격적인 점검작업에 들어갔다.
같은날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베트남 보건부 의약품청과 화장품 분야 국장급 양자 협력회의를 열어 화장품 수출절차 요건 완화와 규제기관 간 정기 교류를 시작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한국의 3위 수출 대상국이자, 최대 무역 흑자국이며, 동시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내 최대 투자 대상국으로 역내 가장 중요한 중점협력 대상국이다. 양국의 협력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의 요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유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다.
47년의 역사와 매출 3조3000억원 규모의 베트남 최대 유제품 기업인 비나밀크(VINAMILK)는 ‘우뚝 선 베트남, 세계로 나아가다(Stand Tall Vietnam, reach out to the world)’는 기업 목표를 내걸고, 이 목표의 핵심 배경이 SDGs라고 밝혔다.
지난 14일부터 하노이에서 개최된 ‘9차 국제의원연맹(IPU) 세계청년의원회의’의 올해 주제 역시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통한 SDGs 달성 가속화와 청년의 역할 논의’였다. 이 회의에 우리 국회 역시 국민의힘 지성호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오영환 의원이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앞서 언급한 THE 대학 평가 역시 전 세계 112개국 1591개 대학의 SDGs 이행을 위한 사회적 책무 이행 정도를 살피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마침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빈방문과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다시 한번 베트남 정부 수반과 마주 앉았다. 팜 밍 찡 베트남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핵심 광물 공급망과 방산 분야에서도 협력 속도를 내고,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대한 지지도 요청했다.
여기에 대통령이 이미 약속한 양국 기후변화 공동대응에 이어 SDGs 협력, 봉화 교류와 같은 민간의 폭넓은 협력까지 더하면 양국 관계는 이보다 더 공고해질 수 없을 것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기구,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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