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33] 정치적 우상에 열광하는 사람들
“당신더러 츠랑 집에 갔다 오라고 한 건.” 그가 말했다. “당신을 그, 페슈라는 자에게서 멀리 떼어놓으려고 그랬던 거야. 그 작자가 돌아갈 때 당신에게 인사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가 왜 이 섬에 온 건지 당신에게 말해주지 않은 게 분명하군. 그는 자기가 어떤 병에 걸린 게 아닌가 하고 잔뜩 겁을 먹고 있었어. 그리고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지. 원주민에게서 옮은 거야. 그 섬에서는 흔한 병이니까. 그런데 엘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로맹 가리 ‘폭풍우’ 중에서
고려대 입학과 의사 면허가 취소된 조민의 에세이가 출간 즉시 대형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녀의 아버지 조국도 ‘나는 정의, 세상은 불의’라고 주장한 책을 출간, 한 달도 되지 않아 20쇄를 돌파했다.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조국 일가는 자녀의 입시 비리로 4년형을 살다 가석방된 정경심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추석을 보낼 것 같다.
야당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자 지지자들이 국회로 몰려가 ‘배신자 나오라’며 분노하고 울부짖었다. 단식 시위하는 대표에게 절하고 그를 지키겠다며 난동 부리던 사람들은 체포 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겠다고 색출 작업에 나섰다. 소총을 사용하겠다는 테러 예고 글도 올렸다.
이웃 섬에서 온 사내를 진찰하던 남편은 아내 엘렌을 내보낸다. 남자에게 묘한 열정을 느낀 엘렌은 진료 후 힘없이 떠나는 그를 발견한다. 폭풍우가 치는데도 그를 보낸 남편을 원망하며 엘렌은 사내에게 달려간다. 작은 배에서 짧고 격렬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엘렌에게 남편은 사내가 불치의 전염병에 걸렸다고 말한다.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옮진 않겠지만.
인기 있는 젊은 연예인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돌(idol)’은 우상(偶像)을 뜻한다. 북한의 3대 세습을 비웃지만 지지와 추앙을 증명하려 정치적 아이돌의 책을 사고, 그들을 맹신하고 열광하며 호위하는 우리 사회의 정치인 우상화도 그에 못지않다.
사람 마음은 곧잘 헛된 영웅을 만들고 우상에 의지하며 숭배하길 원한다. 무엇에 매혹되고 무엇에 빠져드는가, 그 판단이 개인과 가족의 행복과 불행, 때론 그가 속한 사회의 미래까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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