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보기 전엔 몰랐는데”…대유플러스 채권 배팅한 개미 어쩌나

법정관리에 채권가격 반토막
300억 BW 원리금 지급 못해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신용등급이 낮은 ‘정크본드’에 대박을 노리고 투자한 채권 개미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됐다. 경영환경 악화에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법정관리에 돌입하며 채권 이자 지급이 거절되는 등 부도 처리된 채권이 속출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유플러스가 지난해 3월 발행한 3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인 ‘대유플러스12’의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채무를 이행할 자금이 부족한 게 지급 거절의 원인이다.

대유플러스는 “1차 조기상환 청구에 따라 원리금 285억원을 지급해야 했으나 유동성 부족으로 이행하지 못했다”며 “이번 원리금 미지급 사유는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에 해당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일반채권시장에 따르면 22일 기준 9710원에 거래되던 대유플러스12의 채권 가격은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알려진 25일 15% 급락했다. 26일 시장에선 5700원대에 거래되며 2거래일 새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발행가액 1만원으로 시장에 풀린 해당 채권은 이후 줄곧 9000원대 가격을 유지해왔다. 대유플러스12의 발행 당시 신용등급은 BB로 투자부적격(투기)등급인 정크본드로 부실 위험성이 높은 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졌고, 그만큼 기대 채권 수익률은 7~8%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이에 꾸준히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유입된 바 있다.

특히 대유플러스12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있는 상품이다. 조기상환 시기는 이달 25일까지였는데, 약 한 달 전부터 개인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을 노리고 해당 채권을 사들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9000원대 채권을 시중에 거래해, 조기 상환을 받으면 발행가액 이상 수준으로 차익을 남길 수 있으니 큰 이득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조기상환을 신청한 비율은 최초 원금의 95%에 달했다.

하지만 대유플러스12가 부도 처리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은 묶이게 됐다. 향후 청산 과정에서 소정의 보상이 진행될 수 있지만, 청산 과정이 기약이 없고 회사가 보유한 자산가치 평가에 따라 보상액이 결정돼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BW 부도 시 개인투자자들은 선순위로 회사 청산 과정에서 일부라도 보상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정확한 금액 보상이 미정인 건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채무액 비율을 조정해서 회생을 해주는데, 전액 보상은 불가하다”며 “사실상 부도 채권은 휴지조각이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중순엔 코스닥 상장사인 아스트의 워크아웃 돌입으로 BW 지급거절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아스트11 채권 가격은 급락했고, 현재는 채권자 채무변제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대박을 노린 정크본드 투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채권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투자 상품의 신용등급과 더불어 발행사 재무구조도 충분히 확인한 다음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