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북, 핵 사용 땐 정권 종식…강군만이 평화 보장”

유정인·유새슬·윤기은 기자 2023. 9. 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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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부대 사열하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사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짜평화 속임수, 현혹 안 당해”
대결적 안보관 언급 수위 높여
서울 도심 탱크·장갑차 행렬
시민단체 “남북 갈등만 악화”

윤석열 대통령은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가 열린 26일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강한 군대만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한다”며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국군의날 기념식은 ‘힘에 의한 평화’를 내걸고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성대하게 치러졌다. 병력 6700여명과 장비 200여대가 참여했고, 오후에는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시가행진이 열렸다.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와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고위력 지대지 미사일 현무의 실물이 처음 공개됐다.

10년 만에 도심 시가행진…‘한국형 3축 체계 핵심’ L-SAM·고위력 미사일 현무 실물 첫 공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에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고위력 현무 미사일, 타우러스,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 등으로 구성된 3축 체계 장비들이 행진하고 있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미사일을 공중에서 탐지·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할 수 있는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한은 지난 수십년 동안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핵 사용 협박을 노골적으로 가해오고 있다”면서 “이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이라며 ‘핵 사용 시 북한 정권 종식’을 언급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북한의 공산세력, 그 추종세력, 반국가세력의 가짜 평화 속임수에 결코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북한 정권 종식’ 언급은 지난해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 동맹과 우리 군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 데서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 종말로 이어질 것”(지난 7월 미국 전략핵잠수함 방문), “한·미 양국은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신속하고 압도적 대응으로 북한 정권이 종말을 맞게 한다는 점을 재확인”(지난 17일 AP 인터뷰) 등 북한 정권의 ‘종말’을 공개 언급하고 있다. 북·러 군사 거래에 따른 안보 위협 증가와 윤 대통령의 대결적 평화관이 맞물려 한반도 긴장 강화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기념사에서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을 언급하면서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미국의 핵자산과 우리의 비핵자산을 결합한 일체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체계는 핵 억지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며 “우리는 역사를 통해 강한 군대만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국군통수권자로서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에게는 믿음을 주는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념식 뒤 윤 대통령은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시가행진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국민, 군 장병, 초청 인사 등과 함께 시가행진 막바지에 도보 행진을 진행한 건 역대 최초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참여연대 등 6개 시민단체는 이날 군 행진 대열이 지나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를 압박하고 굴복시키려는 적대 정책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며 도리어 악화시킬 뿐”이라면서 “대화와 협력만이 진짜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현 참여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시민들을 향해 “과연 오늘 거리 무기 행진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지 다시 한번 생각하시길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 국장은 “우리가 무기를 더 보유하고 적대하는데 상대는 가만히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며 “전 세계는 유엔과 다자주의 평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를 지켜왔다”고 말했다.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은 “힘에 의한 평화는 20세기에 일어난 것으로 족하다. 21세기에는 평화를 구축하는 새로운 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정인·유새슬·윤기은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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