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증여 재산 한 해 2조…4년간 배당·임대소득 1조 넘었다
19세 미만 종부세 납부자 1년 새 60% 늘어 1099명, 작년 세액만 19억
자산 상위 20% 부모의 자녀, 하위 20% 자녀보다 초봉 최고 1.2배 높아
전문가 “조세정책 소득 재분배 기능 약화…정부 양극화 해소 나서야”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미성년자가 1년 새 60% 넘게 늘어났다. 미성년자의 부동산 양도 소득도 늘어났다. 지난 4년간 미성년자가 배당소득과 임대소득으로 벌어들인 종합소득만 1조원을 넘어섰다.
사회 전반적으로 ‘공정’에 대한 요구가 커졌지만 자본에 관한 한 ‘부모찬스’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이 클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갖게 될 확률이 커지고, 시간이 갈수록 임금 격차가 커진다는 논문도 나와 있다.
정부는 상속증여세 감세 등을 논의하고 있어 향후 부의 대물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실에 제출한 ‘미성년자 종합부동산세 결정 현황(2018~2022년)’을 보면 지난해 종부세 납부 대상 미성년자(만 19세 미만)는 1099명으로 1년 전(673명)보다 426명 늘었다. 미성년자 종부세액 규모도 16억5100만원에서 19억4800만원으로 증가했다.
종부세를 내는 미성년자 수는 2018년 225명, 2019년 305명 등 해마다 늘어 지난해 1000명을 넘어섰다. 미성년 종부세 납부 규모는 2021년 전년 대비 83.8%로 대폭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큰 폭(63.3%)으로 뛰었다.
부동산 양도소득 금액도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1년 귀속 부동산 양도소득을 신고한 미성년자는 총 1083명으로 이들의 양도소득 금액은 83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407억원이었던 양도소득 금액은 2019년 428억원, 2020년 593억원으로 꾸준히 늘다가 2021년 800억원을 돌파했다. 불과 3년 사이에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신고 미성년자 1인당 7700만원의 양도소득을 올린 셈이다. 미성년자 양도소득 신고 인원도 늘고 있다. 2018년 940명에서 2020년 1028명으로 증가했다.
미성년자에게 대물림 되는 부의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2017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미성년자 증여 재산은 2020년 1조618억원에서 2021년 2조3504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는 2조468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총액은 여전히 2조원대를 웃돌았다. 해당 금액은 정상 과세된 증여분만 따진 것이다.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편법 증여된 액수까지 합치면 실제 증여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2018~2022년 5년 동안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는 총 6만8948건으로, 금액으로는 7조8933억원에 달했다. 증여 건수는 2018년 9708건에서 2022년 1만9740건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증여 재산은 1조2579억원에서 2조원대로 뛰어올랐다.
증여 재산을 살펴보면 부동산이 2조823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자산 2조6938억원, 유가증권 1조8588억원, 기타 자산 5173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미성년자에게 부과된 증여세 규모는 4054억원이었다. 2020년 증여세는 2108억원으로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미성년자가 지난 4년간 배당소득과 임대소득으로 벌어들인 종합소득도 1조4000억원에 달했다. 2018년부터 2021년 4년 동안 배당소득을 받은 미성년자는 총 9019명으로, 이들의 소득은 약 1조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 국면 속 주가가 급등했던 2020년에는 배당소득을 신고한 미성년자가 전년 대비 51% 늘어났고, 금액 역시 30% 증가해 총 7069억원을 벌었다고 신고했다.
갓 태어난 ‘0세’ 배당소득자도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0년 0세 배당소득자는 2439명으로 배당소득은 80억87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0세 배당소득자 수(427명), 배당소득(3억9100만원)과 비교해 각각 5.7배, 20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0세 배당소득자는 2016년 118명에서 2019년 427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2020년 2000명대로 폭증했다.
부동산 임대소득을 신고한 미성년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임대소득을 신고한 미성년자 수는 2018년 2684명에서 2019년 2842명으로 늘었다가 2020년 3000명을 넘어선 뒤 2021년에는 3136명까지 증가했다. 미성년자의 부동산 임대소득 신고 금액은 한 해 550억원 안팎으로 최근 4년간 2212억1500만원에 달한다.
강준현 의원은 “조세정책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소득 재분배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며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부의 대물림과 양극화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은 단순 ‘대물림’에 그치지 않는다. 자녀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2년 오태희 한국은행 과장·이장연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경제학회 경제학연구(경제학연구 제70권 제4호)에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 논문을 보면 부모의 금융자산이 적으면 자녀의 일자리·소득 수준도 떨어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금융자산 보유 하위 25% 부모의 자녀는 상위 25%의 자녀에 비해 대기업·공무원 등 양질의 일자리를 갖게 될 확률이 약 8%포인트 낮았다. 첫 직장에서 첫 소득 역시 금융자산 하위 25%의 자녀가 상위 25% 자녀보다 약 1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이후 근무연수가 늘어날수록 임금 격차도 점차 확대됐다. 부모자산 1분위 및 2분위 금융자산 보유그룹에 속하는 부모의 자녀의 직장 1년 차 소득 수준은 다른 조건이 같더라도 최상위 분위 부모의 자녀에 비해 각각 6.5%, 4.4% 낮았다.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졌다. 5년 차에 들어선 뒤에는 소득 격차가 각각 12.8%, 11.1%까지 벌어졌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금융자산을 적게 보유한 부모의 자녀들이 양질의 일자리와 높은 임금 상승 경로를 갖기 어려운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가 실재했다”며 “흙수저 디스카운트는 사회계층 세습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는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 청년층 구직자의 신용제약 완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회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8월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 낸 브리프(고등 및 평생교육 분야에서도 양극화는 존재하는가)에서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이 2010∼2019년 10년간 4년제 대졸자의 노동 시장 이행 과정을 분석한 결과, 부모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4년제 대졸자 집단은 부모 소득 하위 20% 집단보다 첫 일자리 월평균 근로소득이 최고 1.21배(2012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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