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 파열 2주 만에 다시 섰다··· 조금은 아쉬웠던 첫 도전, 홍세나의 ‘꽃길’은 이제부터

생애 첫 아시안게임, 여자 펜싱 홍세나(25)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중국의 황첸첸에게 패했다.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었다. 한 발이라도 더 높은 곳에 서고 싶었다.
홍세나는 활짝 웃으며 시상대에 올랐다. 두 팔을 펼쳐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표정은 밝았지만, 이미 한바탕 울음을 터뜨린 뒤였다.
경기 후 만난 홍세나는 “제가 보기보다 눈물이 많다. 우승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며 웃어 보였다.
첫 아시안게임이었고, 첫 파이널 피스트(펜싱 최종 무대)였다. 생각보다도 더 많이 긴장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6점을 내리 내줬다. 홍세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는데 이미 좀 늦은 감이 있더라”고 아쉬워했다.

항저우에 오기 5주 전, 홍세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크게 다쳤다.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 홍세나가 가장 많이 울었던 때가 그때다. 4주 재활을 하고, 5주 뒤에나 검을 드는 게 좋겠다는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첫 아시안게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참가 자체에 만족하며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2주 만에 재활을 끝냈고, 바로 피스트 위에 올랐다. 홍세나는 “2주 동안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재활만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지금도 발목은 아프다. “딱 참을 만한 정도”다.
여자 에페와 남자 사브르가 차례로 개인전 금·은을 석권한 것에 비해, 플뢰레만큼은 남녀 모두 과거만큼의 성과를 아직 내지 못했다. 남자가 45년 만에 개인전 ‘노메달’에 그쳤고, 홍세나는 한국의 개인전 5연패에 실패했다. 일찍이 남현희(42)와 전희숙(39)을 앞세운 한국 여자 플뢰레는 2006 도하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까지 한 번도 개인전 금메달을 내주지 않았다.
홍세나는 “그래서 동메달이 더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시간에 후회는 없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력했다. 홍세나는 “저는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 오는 28일 플뢰레 단체전이 열린다.
플뢰레는 ‘작은 꽃’을 뜻하는 옛날 프랑스말에서 유래했다. 조금은 아쉬웠던 홍세나의 첫 도전, 그의 ‘꽃길’은 지금부터다.

항저우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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