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골드러시에 꼭 필요한 곡괭이 팔겠다”…SKT 연매출 25조 목표
‘에이닷’ 정식 출시·SK하이닉스와 합작 연내 신형 칩셋 개발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을 발표하며 2028년까지 AI 분야 투자 비중을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AI 선도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통신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회사 역량을 끌어올려 5년 안에 연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는 26일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피라미드 전략’을 공개했다. 이 전략은 첨단기술을 육성하는 ‘AI 인프라’, 주요 사업에 AI를 접목하는 ‘AIX’(AI 전환),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AI 서비스’로 요약된다. SK텔레콤은 이를 상·중·하 피라미드 구조로 설명한다.
AI 인프라는 첨단기술 역량이 집결된 영역으로, AI 반도체, 멀티 거대언어모델(LLM) 등이 해당된다. SK텔레콤은 통신사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한 에이닷엑스 LLM과 윤리적 답변 및 대용량 텍스트 입력에 강점이 있는 앤트로픽 LLM, 한국어 데이터가 풍부한 코난 LLM 등을 조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협업 대상인 미국 앤트로픽과 국내 코난테크놀로지에는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자체 LLM과 더불어 업계에서 인정받는 타사 LLM까지 묶은 ‘멀티 LLM’ 전략이다.
AI 반도체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초거대 AI 운용 시 생기는 발열과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와 함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사피온을 설립했다. 사피온은 연말에 경쟁사 대비 연산 성능은 2배, 전력 효율은 1.3배 우수한 칩셋인 ‘X330’을 선보인다.
유 대표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와 같은 ‘AI 골드러시’가 시작됐다”며 “금광을 캐러 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장비와 작업복인 곡괭이와 청바지를 팔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AIX의 일환으로 주요 사업에 AI를 접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공지능 고객센터(AICC)’다.
AICC는 AI 기반의 고객센터로 음성인식, 문장분석 등 기술을 적용해 상담원 연결을 위한 대기시간 없이 챗봇이나 콜봇을 통해 24시간 상담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이 분야 선도기업 페르소나AI의 3대 주주가 됐다. 페르소나AI는 자연어 처리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구독형 AICC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기업이다.
SK텔레콤은 AI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AI 개인비서를 표방한 ‘에이닷’을 베타 버전 공개 1년여 만에 정식으로 출시했다. 통화 요약 및 실시간 통역, 캘린더 기능을 담은 ‘AI 전화’, 슬립테크(숙면 기술) 스타트업 ‘에이슬립’과 협업한 ‘AI 수면 관리’, 에이닷과 대화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AI 뮤직’ 서비스를 담았다. 지난 7월 도이체텔레콤, 싱텔 등과 결성한 ‘글로벌 통신사 AI 동맹’을 바탕으로 전 세계 45개국 12억명을 포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예정이다.
유 대표는 “향후 1~2년 안에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참전하는 AI 개인비서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며 “지금 사람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2~3개씩 쓰는데 가까운 미래에는 AI 개인비서를 그렇게 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AI 피라미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향후 5년간 AI 투자 비중을 33%로 높인다.
직전 5년간 차지한 비중(12%)의 거의 3배 수준으로 이를 통해 2028년에는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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