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불화화합물도 규제…EU 녹색 무역장벽에 국내 산업계 ‘빨간불’
유럽연합(EU)이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 규제에 나서면서 국내 산업도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10월부터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도입돼 국내 산업계는 잇달아 ‘녹색 무역장벽’에 맞닥뜨리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EU의 유럽화학물질청이 과불화화합물의 전면 사용 제한을 제안한 것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유럽화학물질청과 세계무역기구(WTO)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과불화화합물은 탄소와 불소가 결합한 유기화학물질이다.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을 가져 1940년대부터 포장재·자동차·배터리·의료 장비·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는 분해되지 않아 ‘영원히 남는 화학물질’이라는 악명이 붙었다. 독성까지 있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과불화화합물 기능을 대체할 물질을 당장 찾기 어려운 만큼 사용을 전면 제한한다면 한국 제품의 생산과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화학물질청은 규제 유예기간을 5년 또는 12년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부는 대체 물질 개발 현황과 소요기간 등을 정확히 파악해 보다 현실성 있는 유예기간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체·환경 유해성 검증을 거친 ‘유해한 과불화화합물’만 규제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EU가 예고한 탄소국경조정제도도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시멘트·전기·비료·철 및 철강 제품·알루미늄·수소 등 6대 품목을 EU에 수출하는 기업은 EU 측에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오는 2026년부터는 EU 수입업자는 한국산 제품에 포함된 탄소량만큼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도 탄소세 도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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