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이상 이자조차 못 갚은 ‘장기존속 한계기업’ 903곳
중견·대기업 차입 늘려 손실 보전할 때 중소기업은 자산 매각으로 버텨
5년 이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장기존속 한계기업’이 900곳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부실위험이 높아 정상기업으로 회복되는 비율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중 ‘장기존속 한계기업 현황·특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은 3903개로, 전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법인(외감기업)의 15.5%에 달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 비용)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뜻하는데,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는 뜻이다. 특히 5년 이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03개사로 전체 한계기업의 23.1%를 차지했다. 영업손실이나 이자부담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이런 상태가 만성화하는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금융기관에 총 50조원의 차입금을 보유해, 전체 한계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차입금의 29.6%를 차지했다.
규모별로는 자산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중견기업에서, 업종별로는 부동산, 운수(항공·해운 포함), 사업지원 등 서비스업에서 장기존속 한계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업종이나 영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부문에서 장기존속 한계기업 비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이 1년 후 폐업이나 자본잠식과 같은 부도 상태에 빠질 확률을 뜻하는 부실위험(중위값 기준)은 5.67%로, 전체 외감기업과 한계기업의 부실위험(0.88%, 3.26%)을 크게 웃돌았다. 또 2021년 신규 취약기업(취약 1년)의 36.6%, 신규 한계기업(취약 3년)의 22.6%가 지난해 정상기업으로 회복된 반면,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9%만 정상기업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평균 자산은 1291억3000만원, 매출은 648억6000만원으로 비한계기업의 각각 0.67배, 0.4배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부채(1127억1000만원), 차입금(645억2000만원), 이자 비용(35억3000만원)은 각각 비한계기업의 1.23배, 1.47배, 2.3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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