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한미군 가세하고 남북 간 험한 말 오간 국군의날 열병식
서울 도심에서 국군의날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오후 숭례문과 광화문광장을 잇는 도로에서 진행된 시가행진에는 병력 4000여명, 장비 170여대가 동원됐다. 국군의날 도심 시가행진은 10년 만이다. 현무 미사일·장거리지대공미사일·무인기 등 최신 장비들이 공개됐고, 주한미군 병력 300여명도 참여했다. 국군의날 행사에 미군 전투병이 가세한 것은 처음이다. 올해 7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당초 한·미 연합 공중강하 시범, 전투기 공중분열 등을 위해 주일미군 전투기까지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우천으로 취소됐다.
궂은 날씨에 오랫동안 행사를 준비한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그럼에도 이번 도심 열병식을 보는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념사보다 한층 강해졌으며, 윤 대통령이 자신의 말로 북한 정권 종식을 언급한 것도 처음이다. 전날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정치문외한, 외교백치의 히스테리적 망발”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남북한 사이에 험악한 언사가 오가고 있다. 마침 헌법재판소가 이날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위헌으로 판단했는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우발적 충돌의 또 다른 불씨가 되지 않을지 우려도 된다.
대통령실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참여한 이날 열병식을 “국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라고 했다. 그런 한편으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교통 수요가 많은 시점에 도심 교통이 전면 통제되며 이동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몇주 동안 이어진 전투기의 도심 저공비행 굉음으로 인해 안심하기보다 전쟁 분위기를 부쩍 실감하게 된 시민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국군의날 기념행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강화되는 ‘안보 국가’ 분위기가 압축된 자리라고 평가한다.
분단 상황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강한 군대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을 가진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동맹 태세를 굳건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그것만으로는 100% 안심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화와 외교에도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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