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환경규제 문턱 높인 EU… "韓 수출기업, 데이터 수집·축적 시스템 구축 급선무"
탄소발자국 인증 필요 부담 커져
품목당 3000만원 비싼 검증비에
국내와 다른 해외제도 등 골머리
EU 공급망 관리 법제화 움직임
"인근 중소 수출기업이 유럽연합(EU) 원청사로부터 받은 공급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사 요청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더니 어느날 갑자기 거래관계 중단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고객사의 ESG 실사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수도권 소재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 차장은 최근 이 같은 의견을 업계 관계자들과 나눴다. ESG 경영역량이 부족한 수출 중소·중견기업은 언제든지 EU로부터 납품·거래관계가 끊어지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남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EU를 중심으로 ESG 요소에 대한 공급망 관리의 법제화 움직임이 보이면서, 국내·외 다국적기업들은 자사 제품 생산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 관리 범위를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공급망 실사법은 기업경영 활동이 인권 및 환경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기업 스스로 식별·예방·완화하고 정보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1월부터 독일에서는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됐고, 올해 말에는 EU판 공급망 실사법인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최종안이 나올 예정이다.
EU는 또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을 EU로 수출할 때 분기별로 탄소 배출량 정보를 EU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한다. 다음달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전환 기간을 거친 뒤 인증서 구매 의무를 부과한다. 대상품목에는 하위품목과 직접배출 외 전기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을 포함했다.
제품이 탄소를 배출하는 범위는 부품생산부터 제품 조립, 유통, 소비자 사용, 폐기·수거, 물질 재활용까지 해당된다. 사업장 단위로 이뤄지던 환경규제가 이제 제품 단위로 확대된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이 협력사에도 제품 생산 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ESG 평가 담당자는 "대부분의 협력사가 아직 ESG 경영에 필요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지 않고, 인력·설비 부족 등 ESG 경영 이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관리 측면의 애로사항을 전했다.
기업들의 ESG 역량 내재화가 절실해지면서 배출권 거래제 등 정부 주도의 규제적 시장과 함께 자발적 탄소시장의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자발적 탄소감축 성과는 2018년 1억6600만톤에서 2021년 3억6600만톤으로 매년 30%씩 성장 중이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최근 기업의 탄소감축 책임 범위가 사업장 내 직접배출(스코프 1)에서 간접배출(스코프 2), 기타간접배출(스코프 3)까지 확대되면서 사회 전 분야에서 다양한 감축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은 규제 범위 외 추가적인 감축활동에, 중소기업 같은 비대상 기업은 모든 감축활동에 대한 신뢰성 있는 인증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원료·부품 공급기업을 대상으로 자발적 시장의 탄소배출량 요구 방식인 '탄소발자국 인증'을 필요로 한다. 탄소발자국은 제품 생산부터 사용·폐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나타낸 지표다.
국가별로 탄소발자국 인증이 달라 수출기업들은 각기 다른 해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탄소배출 측정 경계가 확대됨에 따라 탄소배출량의 측정·보고·검증(MRV) 비용도 품목당 약 3000만~5000만원까지 증가한다.
공급망 탄소 감축의 핵심 요소인 스코프 3 관리에는 환경전과정평가(LCA)가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LCA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데이터베이스(LCI DB) 등 국내 인프라가 부족해 해외기관의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김진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소장은 "EU CBAM 등 신규 해외 규제 도입에 따른 국내 MRV 체계와의 상호 동등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국내 제도가 국제적으로 거의 통용되지 않기 때문에 수출기업이 국내 검·인증 결과를 해외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그에 따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정책연구실 그린전환팀장은 "제품생산과 서비스에 얼마만큼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를 계산해 알아내는 게 급선무"라며 "제품별 생애주기 정보를 수집·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대차·KG, 쿠페형 SUV 신차로 `수입차 도장깨기`
- `대세 간식` 탕후루 먹어 본 치과의사 "강남에 집 살 수 있을 듯"
- 유시민 2030펨코 직격 "쓰레기야, 너희는" …허은아 "꼰대력에 감탄"
- 권순우 졌다고 `라켓 박살`, 악수도 거부…`비매너 영상` 확산
- "여신의 재림"…손가락 14개·발가락 12개 아기 출산에 기뻐한 인도 가족
- KDI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율 1%대 중반"
-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누르고 수익성 톱2 등극
- 믿을 건 밸류업뿐인데…세제 인센티브, 국회 통과 `하세월`
- 코스피 하락 베팅 `곱버스` 거래량↑…"트럼프 리스크 주의해야"
- 성수·영등포 확 바뀌나… 서울 준공업지역 규제 확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