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만원짜리 조명도 '턱턱'···백화점 "믿을건 VIP"

김현진 기자 2023. 9. 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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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손' 고객 마케팅 강화
현대百 VIP만 접속가능 온라인몰
해외 신진작가 그림 등도 큰 인기
롯데百 'DJ파티' 등 문화 이벤트
신세계는 2030 겨냥한 등급 신설
"충성도 높은 고객통해 매출 회복"
현대백화점은 2030 전용 VIP 프로그램인 '클럽 YP'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더현대 서울 지하 2층 클럽 YP 라운지 전경. 사진 제공=현대백화점
[서울경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롯데·신세계(004170)·현대 등 백화점 3사가 올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부진 만회 차원에서 VIP 고객 공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물가·경기 침체 등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고가 상품 소비 여력이 있고 충성도가 높은 VIP 고객 관리로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2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이 지난 12일 자사 VIP 고객에게만 상품이 노출되는 폐쇄형 온라인몰 RSVP를 선보인 가운데, RSVP에서 가장 먼저 판매된 상품은 450만원짜리 이탈리아 명품 조명 브랜드 아르떼미떼의 LED조명이었다. RSVP에서는 해외 신진 작가 기획전도 진행해 그림 원화도 선보이고 있으며 10만~100만원대의 베어브릭 피규어 제품도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RSVP를 찾은 고객들은 “신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보는 재미가 있다”는 반응이라고 현대백화점 측은 전했다. 현대백화점 VIP인 쟈스민·세이지·그린·클럽YP 멤버십 등급 고객이 더현대닷컴에 접속하면 전용 화면인 RSVP로 자동 연결된다. 세계 3대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 ‘포칼’의 그랜드 유토피아 스피커 등 330여 개 브랜드 특화 상품이 해당 멤버십을 가진 고객에게만 보이며, 여행·문화체험 등 콘텐츠를 결합한 온·오프라인 연계 프리미엄 상품도 만날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RSVP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며 “명품 브랜드는 신상품과 한정판을 선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프리즈 서울 2023' 당시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한 VIP 라운지 전경 / 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백화점들은 VIP 대상 문화 혜택 제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에는 ‘하입비스트’가 처음으로 진행한 제1회 ‘하입골프’ 행사에 롯데백화점 2030세대 우수고객을 초청해 DJ파티, 인플루언서 초청, 럭키드로우 이벤트 등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달 말에도 ‘GQ매거진’에서 진행하는 ‘GQ골프’ 행사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통사 단독으로 파트너십을 맺어 2030세대 우수고객들을 초대할 계획이다. 지난 6일에는 예술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 우수고객을 선정해 전문 도슨트와 함께 ‘프리즈’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빗 갤러리 투어’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일 개막한 ‘프리즈’에서 백화점 VIP를 위한 라운지를 운영했다. 라운지는 사전에 초청된 백화점 VIP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했고, 이들에게는 다과와 음료가 무료 제공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휴게 공간이 부족한 프리즈 서울 행사장에 이를 제공해 고객들의 로열티 제고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직원이 고객에게 VIP 고객 전용 폐쇄형 온라인몰 'RSVP'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백화점

최근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2030세대 VIP 공략에도 백화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부터 2030 전용 VIP 프로그램 ‘클럽 YP’를 운영 중이다. ‘클럽 YP’는 젊음을 뜻하는 ‘영(Young)’의 앞글자와 우수 고객을 뜻하는 ‘VIP’의 마지막 글자를 따 조합한 것으로, 백화점 업계 최초로 나이 제한을 둔 VIP 제도다. 올해 기준 연 나이 39세 이하(1985년생)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2017년부터 2030세대 타깃으로 한 새로운 VIP 등급인 ‘레드’를 신설했다. 현재 구매력은 약하지만 미래 백화점 큰 손이 될 수 있는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을 낮춰 연간 400만원 구매시 VIP 자격을 부여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레드’는 분기별 기준에 따라 비교적 적은 구매 금액으로 VIP 등급을 받을 수 있어 VIP 혜택을 맛본 고객들은 자연스레 등급 유지를 위해 백화점 쇼핑을 이어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도 2030세대 고객들이 우수고객 혜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이벤트도 수시로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침체와 고물가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통적으로 백화점 실적을 받쳐준 ‘집토끼’인 VIP 고객을 지키기 위한 백화점들의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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