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공급책 기대했는데 … 수요진작 대책 나와야 효과"

정석환 기자(hwani84@mk.co.kr) 2023. 9. 26. 17: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 분석
민간공급 공공으로 전환
물량 제한적이라 아쉬워
3기신도시 공급 더 늘려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대책
분양수요 급감해 효과 미미
2억4천만원 주택 소유해도
수도권 아파트 청약신청 가능

◆ 9·26 주택공급 대책 ◆

정부가 26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9·26 공급대책)'에 공동주택 용지 전매제한을 한시적으로 1년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성남복정 1구역으로, 택지를 분양받은 민간 사업자가 용지 대금을 체납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매경DB

26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공급 활성화 대책에 전문가들이 수요 진작이 부족한 가운데 즉각적인 공급 확대와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9·26 주택 공급대책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발표된 사업이 실제 속도를 내거나 추가 대책을 발표해 공급물량을 획기적으로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부동산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과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발언으로 이번 대책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원 장관이 지난달 말 공급위축과 관련해 '초기에 비상을 걸어야 할 상황'이라며 '압도적으로 움직이겠다'고 시장 기대감을 높여 이번 발표 내용이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서 "자칫 향후 정책 신뢰성에 금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에서는 공공물량 공급에 속도를 낸다고 강조했다. 추가 공급 물량에서 3기 신도시 3만가구와 신규 택지 2만가구 물량이 핵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공급을 공공으로 전환하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실행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아쉽다"며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 물량 확대를 통한 공급 확대는 3만가구에 불과해 기대 이하"라며 "이 부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순살 아파트' 논란을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련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공공물량 공급의 한계로 꼽혔다. 고 원장은 "공급은 결국 단기 공급이 문제인데 그동안 LH에 제기된 감리 문제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이나 내부 정리 없이는 공공 공급이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공택지 전매제한 한시 완화, 조기 인허가 사업자 인센티브 부여, 분양사업의 임대사업 전환 지원 등으로 민간 공급을 촉진하는 방침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시행사 간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로 대기 수요가 있는 양질의 택지는 공급속도가 보다 빨라질 것"이라며 "수도권 내 분양시장 분위기가 개선된 만큼 자금력, 사업 추진 의지가 있는 시행·시공사가 주택 공급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1년간 한시 규제 완화이고, 최초 가격 이하로만 전매를 허용하는 만큼 사업자 간 이면계약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분야 공급 활성화를 위해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 필요한 내용이지만 아무 곳이나 보증을 해주면 지난해부터 불거져온 전세보증·전세사기 형태로 전개될 수 있다"며 "자금은 훗날 회수가 가능한 우량 사업장에 집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관련 대책은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함 랩장은 "비아파트 건설자금을 1년간 한시 지원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다세대·오피스텔 등은 최근 분양 수요가 급감하고 임대수익 대비 고분양가 문제 등으로 거래량, 수요가 낮다"며 "서울 등 일부 도심 지역 위주로만 정책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 아파트를 청약할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소형주택 기준 가격을 수도권 기준 공시가 1억3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민영뿐 아니라 공공주택, 특별공급까지 확대했다. 시세 약 2억4000만원까지 무주택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함 랩장은 "비아파트 매입자가 분양시장을 통해 아파트를 사는 길이 열리기는 했지만 수도권은 이미 청약경쟁률이 높고, 기존 아파트 가격 수준도 상당해 매입 선택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시장에 강력한 공급 시그널을 제시하는 것은 다소 긍정적이라는 분위기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시장이 꺾인 상황이 오히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에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시장 상황이 바뀔 때를 대비해 지금처럼 여러 규제 요인을 미리 조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기존 부동산 대책과 달리 '수요 진작 정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대책과 달리 수요 진작을 하지 않고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게 차이점"이라며 "이 같은 공급 시그널이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용지 선정, 재원 확보 등 구체적인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