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공사비 대책 비현실적" 한숨만 더 깊어진 건설업계

연규욱 기자(Qyon@mk.co.kr) 2023. 9. 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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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계약서 활용 인상 권유
누가 손실 안고 올려주겠나"
"3기 신도시 물량확대 방안
공사비 부족해 적자만 늘 것"

◆ 9·26 주택공급 대책 ◆

건설업계는 26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9·26 공급대책)'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다. 민간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공사비인데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사비 인상분이 분양가에 반영되지 않는 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에는 공사비 증액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활용해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일종의 권유 형태로 대책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자재 가격 등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난달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고시한 바 있다.

또 조합과의 공사비 갈등이 극심한 정비사업장을 위해 정비사업에 특화된 표준계약서를 별도로 마련한다는 내용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그러나 시공사는 일제히 "비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표준도급계약서 자체가 강제성이 없어 결국 발주자 승인 없이는 공사비 인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따른 손실분을 떠안으면서 시공사와 계약한 금액을 조정해줄 민간 발주자는 없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공사비 인상분을 계약금액에 반영하거나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용적률을 상향해 3기 신도시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이렇게 증가한 가운데 공사 연면적이 늘어날수록 적자폭도 커질 수 있다"며 "3기 신도시에도 민간분양주택이 들어설 텐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물량 확대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공사비 유연성을 확대하면 동시에 신축 분양가 상승이 확산되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분양가 인상 수준이 통제된 분양가상한제 적용 공공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결국 정부가 공사비 갈등에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신호를 준 것인데,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에서 봤듯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대출규제 완화 등 건설업계가 요구해온 수요 진작대책은 이번 공급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가격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수요 진작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공급대책의) 목표는 경기 부양, 추가 금융 세제 혜택을 통해 (소비자가 매매시장에) 뛰어들게 하는 것이 아니다. 막혀 있는 (공급자) 금융을 풀어 자체 동력으로 시장을 가동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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