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영 베스트핀 대표 "주담대는 100% 비대면 불가능···'하이브리드'가 정답이죠"
주담대는 용어 복잡하고 절차 어려워
IT 기술로는 해결 안되는 부분도 존재
대출모집법인 이끈 경험살려 회사 설립
온·오프 연계서비스 4분기중 선뵐 계획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에도 진출하고
진성고객 확보 위해 중개업소와도 제휴
집구매 전과정 책임지는 '집사'역할 할것
올해 8월 기준 국내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827조 8000억 원으로 77%에 달한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은 여전히 은행을 전전하며 주담대 상품을 기웃거린다. 0.01%가 아쉬운 고금리 시대에 어느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게 더 유리할지 고민하고 이리저리 발품 파는 일은 녹록지 않다.
주은영 베스트핀 대표가 온라인 주담대 전문 플랫폼 ‘담비’를 출시한 것도 금융소비자들의 이런 번거로움을 대신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베스트핀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오프라인 담보대출 업계에서 1위였고 이 시장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온라인플랫폼 영역에서 빅테크와 비교해도 자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2006년부터 KB국민은행의 오프라인 대출모집법인 ‘베스트엘씨’를 이끌었던 주 대표는 자타 공인 담보대출 전문가다. 오랜 기간 담보대출 업계에 몸담으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상품을 간편하게 비교해볼 수 있는 온라인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배달의민족이 전단지를 배포하던 음식 배달 시장을 모바일 시스템으로 바꾼 것처럼 담보대출 시장도 쉽게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후 2019년 베스트엘씨의 온라인사업부를 신설했고 금융 당국에서 온라인 대출 비교 플랫폼의 대출모집 1사 전속주의를 해제하면서 2021년 1월 베스트핀을 설립하고 담비를 론칭했다.
하지만 주 대표는 담보대출 시장만큼은 100% 비대면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주담대의 경우 관련 용어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 제공을 위해서라도 사람이 크게 관여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또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신용대출과 달리 주담대는 근저당권 설정과 주택 소유권 이전 등기 등 절차가 복잡했다. 그는 “(신용대출에 비해) 담보대출은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두려워하는 경향이 크다”면서 “담보대출 시장이 기존에는 100% 오프라인이었다면 점차 온라인 비중이 커지겠지만 빅테크 플랫폼들이 정보기술(IT)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다. 온라인으로 고객을 모집하고 필요할 경우 오프라인에서 대출 담당 전문 직원을 직접 연결해 대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최적의 상품과 조건을 제시해 대출이 완료되도록 하는 것이다. 주 대표는 “고령층이거나 권리 상태에 따라 대출 여부가 달라지는 등 복잡한 절차가 수반될 경우에는 고객 개인이 비대면으로 모든 과정을 완료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럴 경우에는 대출모집인이 직접 고객을 만나 설명해줘야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출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상을 바탕으로 담비의 ‘대출모집인 연계 주담대 비교 플랫폼’이 올 7월 혁신금융 서비스로 선정됐다. 관련 서비스는 올해 4분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 당국에서 추진하는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담비가 그리는 미래는 단순히 담보대출 상품을 비교하고 대출모집인을 연계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집을 구매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고 대출을 받는 등 일련의 과정을 총책임지는 ‘집사’가 되겠다는 게 주 대표의 포부다. 그는 “진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와도 손잡고 제휴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며 “온라인상에서 고객과 만족도가 높은 좋은 부동산 중개업자를 연결해 담비는 잠재 매수인을 소개하고 중개업자로부터 대출 고객을 소개받는 등 상생하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집을 사기 위해 부동산을 찾는 고객은 대부분 담보대출 수요가 있다”며 “그 관계 속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마케팅을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비는 이 같은 비전을 현실화하기에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높은 다른 플랫폼에 서비스를 연동시키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담비라는 플랫폼을 찾는 이용자가 많아져야 부동산 중개업자를 소개하고 담보대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담비의 MAU는 12만 명이고 누적 회원 수는 48만여 명 수준이다. 매일 수천만 명이 방문하는 다른 빅테크 플랫폼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하지만 주 대표는 MAU가 전부는 아니라고 봤다. 그는 “담보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매일 플랫폼에 방문해 MAU를 높여주지는 않는다”며 “언젠가 담비를 찾을 잠재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페이북·웰컴저축은행·롯데멤버스·SSG페이 등 MAU가 높은 플랫폼에 서비스를 연동시켜 자연스럽게 담비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더해 집을 사려는 고객들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올해 초 금융과 관련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피드’와 ‘커뮤니티’ 기능을 도입했다”며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바이럴’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대출모집법인 베스트엘씨 대표로 17년, 담비 운영사 베스트핀 대표로 2년 등 꽤 긴 시간 동안 담보대출 외길만 걸어온 주 대표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결국 남는 건 사람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담비에만 총 28명의 직원들이 있는데 가장 훌륭한 복지는 ‘동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플랫폼 쪽 직원이나 대출 상담사분들에게 교육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에게 언제나 1년 후, 2년 후, 3년 후 등 앞으로의 비전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주 대표는 담비가 어떤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바랄까. 주 대표는 “담비의 미션이 ‘베스트 파이낸셜 파트너 포 유어 하우징 라이프(Best financial partner for your housing life)’”라면서 "좋은 집을 알아보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정보든 금전이든 다양한 도움을 주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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