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당분간 요동…1360원대 가능성도
달러인덱스 올들어 최고치
엔화·위안화 약세도 장기화
미국의 긴축 장기화 조짐에 따른 강달러와 기록적인 엔저로 원화값이 10원 넘게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와 엔저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커서 한동안 원화가치가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보다 12원 내린 134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작년 11월 23일(1351.8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1339.8원에 출발한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에 올 들어 최저치인 1349.5원까지 미끌어졌다. 백석현 신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달러를 미 국채 금리가 앞에서 끌고, 엔화·유로화가 뒤에서 밀어주면서 달러 강세 흐름이 강해졌다"며 "강달러 독주가 원화 등 다른 통화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는 지난달부터 두 달가량 1300원대에서 움직이다가 결국 이날 연중 최저치가 붕괴되며 1350원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한국 외환당국이 지난달부터 달러당 1340원을 저지선으로 삼고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강달러 방향성이 워낙 뚜렷해 당국의 미세 조정이 원화 약세 흐름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가 약세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1차적인 요인은 강달러다. 달러는 미국이 고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미 국채 금리가 연일 오르자 덩달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06선을 돌파해 작년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달러 앞에 일본 엔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가 힘을 쓰지 못하는 점도 원화를 짓누르는 이유다. 엔화는 지난달 중순 당국의 저지선인 '1달러=145엔'을 뚫은 데 이어 이달 들어 147엔대에서 등락하더니 이날 장중 149엔대까지 떨어지며 작년 10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일본 외환정책 최고 책임자인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지난달과 이달 초에 이어 또다시 구두 개입에 나섰다.
원화의 프록시(대리) 통화 역할을 하는 중국 위안화도 지난 5월 당국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포치'(달러당 7위안)가 무너진 이후 4개월째 7위안대에 머물고 있다.
엔화가치는 앞으로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고,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두 나라 간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달러가 질주하면서 원화값 바닥이 열려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무라, HSBC 등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을 비롯해 국내 증권가에서도 올 4분기 원화가치 전망을 1200원대 중반에서 1300원대로 수정하는 분위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엔화는 달러당 150엔까지 상단을 열어두고 있다. 원화값의 경우 1350원이 뚫리면 1400원, 1450원 등 50원 단위로 바닥을 생각해야 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원화값이 136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영신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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