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산업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생산·품질·재고관리 실시간 검증 … 입출고 6초만에 '뚝딱'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3. 9. 26. 17: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북 구미 강소기업 DST
선박 엔진부품 기술력 불구
재고관리 난항에 삼성 '노크'
데이터로 제조현황 관리하고
레이아웃 개편해 공간효율화
자동화 설비도 전격 도입
2년 만에 매출 2배로 확대
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 스마트산업 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

경북 구미에 있는 DST는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사업의 지원을 받아 실린더 헤드 토크 자동 체결기를 도입했다. 김대식 DST 대표(왼쪽)가 공장에서 직원과 함께 생산 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국내 중소 제조 기업 '디에스티(DST)'. 최근 이 회사를 찾은 글로벌 산업용 가스터빈 회사 솔라터빈 관계자들 사이에선 연신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솔라터빈은 캐터필러 계열사로 산업용 가스터빈 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최대 제조 업체 가운데 하나다. 이런 업체에도 조그만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 공정 전반에 적용된 스마트공장 시스템은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한 솔라터빈 직원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공장을 가봤지만 디에스티의 시스템이 가장 우수하다"고 말했다.

디에스티는 선박 엔진 부품을 주력으로 제조하는 업체다. 선박 엔진은 선박의 항행을 위해 동력을 발생시키고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기본적으로 실린더 헤드, 피스톤, 커넥팅 로드, 크랭크 샤프트, 플라이 휠, 흡배기 밸브 등으로 구성된다. 김대식 디에스티 사장(대표)은 "선박 엔진 산업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어서 국내 기업의 경쟁이 곧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HD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형엔진 '힘센(HiMSEN)엔진'의 실린더 모듈과 부품을 제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처럼 기술력을 갖췄지만 최근 몇 년간 성장은 더뎠다. 조선업이라는 전방산업의 업황에 부품사 실적도 크게 좌우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의 만남은 회사가 한 단계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한 돌파구가 됐다. 삼성전자는 직접 파트별 전문위원을 파견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 회사의 생산 공정 전반에 제조 혁신을 꾀했다.

스마트공장으로의 전환을 위한 첫 단추는 첨단 시스템 구축이었다. 전통 제조업의 경우 낙후된 재고관리 시스템이 생산성과 효율성 개선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디에스티는 2020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삼성전자와 함께 제조실행시스템(MES) 구축에 집중했다. MES는 실시간 현황 파악·작업 계획과 수행·품질관리 등이 핵심이다. 그동안 수작업 위주로 데이터를 관리하면서 전산과 실물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생산·품질·자재관리가 가능해졌다. 김 사장은 "MES 도입으로 자재의 입출고 시간이 건당 40초에서 6초로 88%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레이아웃 개편도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김 사장은 "과거에는 자재를 바닥에 보관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고 자재가 뒤섞여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삼성전자 멘토단의 조언에 따라 팰릿 방식의 전용 거치대를 만들어 자재 보관을 수직화하자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자재를 체계적으로 보관할 수 있게 돼 공간 효율이 49% 개선됐다"고 전했다.

2021년 6000실린더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실린더 헤드 조립 생산능력이 지난해 8000실린더, 올해 1만3000실린더까지 늘어난 배경이다. 자동화 설비 도입도 성과로 꼽힌다. 지난해 1월부터 두 달에 걸쳐 도입을 완료한 실린더 헤드 자동 토크기로 조립 품질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작업대 개선을 통해 피스톤 조립 시간이 11분에서 6.5분으로 단축됐다.

이 같은 혁신 활동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400억원 수준이었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53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2년 전보다 두 배 많은 80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혁신 활동을 시작한 이후 매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주력 고객사인 HD현대중공업, HD현대글로벌서비스, 한화파워시스템 등으로부터 수주도 확 늘었다. 생산 대응력과 품질, 시스템 운영 부문에서 가산점이 반영된 결과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수출도 탄력을 받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디에스티의 올해 수주잔액은 역대 최대 수준인 가운데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양연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