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해피 추석이다냥
지난번 글(9월 2일자·하늘에는 천사가 부족하다)에서 천사 강아지들에 대해 썼다. 자기들 이야기가 신문에 나온 줄 아는 건지 신이 나 있다. 평소보다 더 크게 짖고 평소보다 더 크게 코를 곤다.
우리 집엔 반려동물이 둘 더 있다. 고양이들이다. 이 친구들이 자기들 이야기도 해야 한다며 주말 내내 냥냥거렸다. 하나는 거실의 사자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외모만 가진 누렁이고, 다른 하나는 개냥이로 불릴 만한 회색 태비다.
아침은 고양이로부터 시작된다. 침대 옆 커튼 사이로 아침이 스며들면, 소리 없이 내 몸 위에 올라선다. 한 놈이 먼저 30초쯤 가슴과 배를 누른 뒤(꾹꾹이라고 불리는 그 행위다) 다른 한 놈과 교대한다. 순서가 바뀌는 일은 없다. 장유유서다. 먼저 작업을 맡은 놈은 일곱 살 장년냥 누렁이고, 후처리 작업은 세 살 청년냥 회색 태비다. 개 둘은 고양이들의 접근에 눈을 감는다. 집사를 깨우는 일은 고양이들에겐 추르를, 개들에겐 아침밥을 의미하므로. 손 안 대고 코 푸는 '개 이득'임을 아는 듯하다.
개들은 자연스럽게 가족화의 과정을 거쳤는데, 고양이들에겐 특별교육이 필요했다. 큰 고양이는 개 셋 있는 집에 넷째로 들어왔었다. 제일 어린 강아지는 또래의 등장을 반겼다. 냄새를 맡고, 꼬리를 흔들고…. 그런데, 한 달쯤 지난 뒤부터는 달라졌다. 서로가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는 듯했고, 그 후로는 톰과 제리 꼴이다.
고견의 사망 후 막내 냥이를 들였다. 이미 다 큰 개와 고양이들의 세계에 새로 들어온 아기였다는 점에서 모두의 귀여움을 받을 만했는데, 정작 같은 종 고양이의 환영은 받지 못했다. 개 둘이 아기 고양이를 개처럼 키운 것이다. 덕분에 개냥이가 됐다. 부르면 '넹' 하고 온다. 열 번에 대여섯 번쯤은 그렇다.
고양이는 개와 많이 다르다. 개들이 천사라면, 고양이는 악마다. 개들과의 관계가 충성 기반이라면, 고양이들과의 관계는 편의 기반이다. 사람은 그들의 주인이 아니라 집사다. 사람은 자발적으로 고양이의 편의에 자신의 불편을 바친다.
'거실의 사자'를 쓴 애비게일 터커는 고양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그런 고양이를 인간이 스스로 섬기게 된 것은 불가사의라 했다. 중국의 서평가 장샤오위안은 '고양이의 서재'에서 어릴 때 자신의 꿈은 책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고양이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시집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에서 시인 김하늘은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내가 너의 안부를 아무리 물어도,/ 닿을 수 없는 날도 올 거야/ 늦봄, 너의 앞니 수를 세어보는/ 그런 날에는/ 하루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내가 찢을 수 있는 마음만 들기를/ 별거 아닌 애정이 아니었다고,/ 너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당부의 글을 남길 수 있도록/ 두근거리는 인간을 사랑해줘서 고마워."
머지않아 이들과 함께 살지 못할 때가 올 것이겠다만, 그때까지라도 듬뿍 사랑해야겠다. 한쪽이 좀 더 양보하면, 아무 이유 없이도 먼저 사랑하면 어떤가. 밤멍 아침냥, 나의 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 해피해피 추석이다냐옹.
[김영태 코레일유통(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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