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칼럼] 조수미, 진정한 프로페셔널
리허설 지켜보는 행운얻어
익숙한 '아리랑'도 반복연습
완벽 향한 향상심에 큰 감동
지난 13일 세계지식포럼 갈라만찬장인 장충아레나 무대 위에 조수미 성악가가 등장했다.
포럼 사무국장을 맡은 나는 초청 수락에 감사 인사를 전하러 찾아갔다.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청바지를 입은 채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그날 부를 곡들에 대해 연주자와 상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38년간 전 세계를 돌며 수만 번을 불렀을 아리랑을 반복 연습하는 중이었다. 너무나 진지한 모습에 최종 점검이 끝나기까지 30분 가까이 말없이 기다렸다.
비가 많이 쏟아진 밤인데도 만찬 테이블은 사람들로 꽉 찼다. 워낙 관객들이 공연에 집중해서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앙코르 곡으로 부른 아리랑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전혀 다른 형태의 노래였다. 많은 사람들은 "아, 아리랑을 저렇게 부를 수도 있구나"라고 감탄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관객은 무대 위 화려한 공연을 본다. 그러나 행사 준비자가 되면 그 무대가 마련되기까지 전체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조수미 공연의 전체 과정은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노래와 무대 위 동선을 하나씩 점검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그가 왜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 자리를 유지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공연 전에 전 세계에서 방한한 지식포럼 연사들 앞에서 본인의 인생 스토리를 짤막하게 소개했다. 소명의식과 자부심이 담긴 스피치였다.
"1982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던 제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며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사람들이 한국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나라를 재건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가 K팝과 K클래식을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 문화콘텐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되고 최근 워라밸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짙어졌다. 특히 3년간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한국인들의 프로정신이 사라졌고 직장인들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면 프로정신이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첫째는 일에 대한 태도다. 스스로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갖는 책임감이다. 골프 황제인 타이거 우즈는 함께 술을 마시자고 제안한 존 댈리 선수에게 "당신처럼 재능이 있다면 나도 당신처럼 하겠다"고 거절하며 체력단련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개인 사생활 문제는 있었지만 골프에 대한 태도만큼은 우즈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세상에 하찮은 일이란 없다. 자신의 일을 하찮다고 여기는 태도가 있을 뿐이다. 우리 주변에도 똑같은 입사시험을 통과한 동기들이 10년 후, 20년 후 전혀 다른 업무처리 능력을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둘째는 목표 설정이다.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고교 1학년 때 '8개 구단 1순위 스카우트'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제구와 스피드, 인간성은 물론이고 행운까지 관리할 64개 행동지침을 만들어 정진했다. 이처럼 계속 목표를 고쳐 나가는 '생각하는 방법'이 오늘의 오타니를 만든 것이다.
셋째는 향상심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해지기 위한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담금질이 있을 뿐이다. 조수미는 만찬 공연을 앞두고 자신만의 창법으로 아리랑을 거듭 연습했다. 진정한 프로는 전문성 향상을 위해 무한 탐구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다.
성악가 조수미의 고국은 한국이다. 그런데 공연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조수미 보유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대영 국차장 겸 디지털전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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