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없어서 못파는 '꿈의 비만약'… 서학개미 투심 불지폈다
국내 순매수 규모 한달새 2배
'위고비' 노보노디스크도
이달에만 1700만달러 매수
일라이릴리, 다양한 제품 강점
노보노디스크는 '당뇨' 특화
글로벌 제약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 대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으로 최근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은 가운데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등 관련 기업 매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은 비만 치료제 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적, 제품군, 밸류에이션 등에서 차이가 있어 투자자들의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일라이릴리 순매수액은 2893만달러로 전월 동기(1300만달러)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순매수 종목 순위는 17위에서 10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 순위는 50위권 밖에서 16위로 올랐다. 순매수액은 1698만달러에 이른다.
두 기업은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국내외에서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으로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이 비만 치료제 기업들에서는 자금을 덜 회수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달 새 일라이릴리 주가는 0.29%,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1.44% 각각 하락했는데 이는 S&P500지수의 하락률인 2.16%보다 낮다. 노보노디스크는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로 상장돼 있다.
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출발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두 기업과 함께 사노피,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경쟁했지만 나머지 두 기업이 연구 방향을 선회하면서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게 됐다.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과 경쟁력을 감안할 때 향후 두 기업이 함께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만 1억명 이상의 성인 비만 환자가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약물 치료 비율(침투율)은 3%도 안 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적과 제품 포트폴리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두 기업 중 실적은 노보노디스크가 소폭 앞선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일라이릴리 285억달러, 노보노디스크 1769억크로네(약 250억달러)로 일라이릴리가 더 높은 반면 순이익은 일라이릴리 62억4000만달러, 노보노디스크 555억크로네(약 79억달러)로 노보노디스크가 더 높다.
반면 시가총액은 25일(현지시간) 기준 일라이릴리 5243억달러, 노보노디스크 2조2000억크로네(약 3100억달러)로 일라이릴리가 70%가량 높다. 올 들어 주가 수익률에서는 일라이릴리 51%, 노보노디스크 36%로 일라이릴리가 높다.
이는 두 기업이 상장된 시장과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나타나는 차이로 보인다. 일라이릴리가 상장된 뉴욕증시는 제약사들에 대해 부여하는 밸류에이션이 유럽에 비해 더 높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라이릴리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49.2배 수준으로 대형 미국 제약사 평균인 18.6배 대비 프리미엄을 적용받고 있으며, 노보노디스크는 12개월 선행 PER이 34.5배로 대형 유럽 제약사 평균인 17.7배 대비 프리미엄을 적용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의 주가에 부여되는 PER 자체가 유럽에 비해 미국 증시가 높은 데다 투자자들이 일라이릴리 기업가치에 부여하는 프리미엄이 더욱 높다는 것이다. 다만 높은 주가 프리미엄은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시그널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일라이릴리가 노보노디스크에 비해 다양하다. 일라이릴리는 매출에서 60%를 차지하는 당뇨 관련 의약품 외에도 항암제(20%), 신경계(4%), 면역계(11%) 등 다양한 부문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반면 노보노디스크는 당뇨 케어(73%), 비만 케어(19%), 희귀 질환(8%) 등으로 포트폴리오가 다소 편중돼 있다.
실제 일라이릴리는 비만 치료제 외에도 알츠하이머 신약 '도나네맙'이 연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높은 PER을 인정받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뇨병 치료제 시장만 놓고 보면 노보노디스크의 시장점유율이 높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노보노디스크가 지난해 기준 점유율 49%로 일라이릴리의 34%보다 앞선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의 경우 올해 주가 단기 모멘텀이 될 수 있는 이벤트가 많다.
김승민 연구원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보다 더 효과적인 일라이릴리의 비만 신약 터제파타이드(제품명 마운자로)가 연말 FDA 승인과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올해 5월에 FDA 신청을 완료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르면 11월, 늦어도 12월에 승인이 예상되며 승인과 동시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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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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