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1%대 금리…채권시장 흔들린다
美국채發 고금리 당분간 계속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여전
저축銀 이어 유통 등 등급하향
경기둔화 겹쳐 자금조달 악화
지난해 9월 말 강원도의 강원중도개발공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한 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비우량등급에 해당하는 BBB-급 회사채 금리(무보증 3년)가 11%대까지 치솟았는데 1년이 지난 이달 중순 11%대 금리로 다시 올라섰다. 금융당국 관리하에 자금시장 경색 상황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현재의 고금리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에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BBB-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 7일 11%대로 올라선 뒤 이날 11.073%로 마감했다.
수년간 저금리 상황에서 10%대를 밑돌던 BBB-급 회사채 금리가 11%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23일이다. 강원도가 레고랜드를 포함한 관광지 개발사업을 벌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채무를 갚지 않겠다는 선언이 그 직후에 나왔다. 이후 올해 1월 초까지 4개월간 BBB-급 회사채 금리는 11%대를 기록했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지난해 말과 달리 현재의 금리 상승세를 미국 국채금리가 주도하며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고, 자금시장 경색의 주요인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9월 들어 A2급 PF ABCP 유통금리(주간 기준)가 11.8%까지 상승했다. 전달 A2급 월평균 금리가 6.9%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상승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용지 개발사업 브리지론(4640억원) 차환 실패, 용산 상업시설 개발사업(500억원) 디폴트 등 핵심 지역에서 만기 연장에 실패한 사례가 속출하며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17.3%에 달한다. 2021년 말 3.7%에 그쳤던 연체율이 지난해 말 10.4%로 1년 만에 크게 올랐고, 올해도 반년 만에 증가폭이 지난 한 해 증가폭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상승했다.
부동산 PF와 관련해 우려 업종인 저축은행은 물론이고 미디어, 유통 등 경기 민감 업종의 신용등급 혹은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며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6~7월 주요 신용평가사는 키움저축은행(A-), OK저축은행(BBB+), 웰컴저축은행(BBB+), 바로저축은행(BBB+)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데 이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8일 더케이저축은행(BBB)과 페퍼저축은행(BBB)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들어 JTBC(BBB)와 SLL중앙(BBB+)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돼가는 가운데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신용 위험 확대에 따른 이벤트의 성격은 전혀 아니며 거시경제 금융 상황이 이전보다 긴축적으로 움직이는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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