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의한 평화가 말이 되나”···서울 한복판 탱크 행진에 시민단체 항의 퍼포먼스

26일 오후 4시15분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대로에서 전차 수십대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기 시작했다. 도로 뒤편 서울광장에서는 굉음들 사이로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힘에 의한 평화 없다. STOP ARMS RACE(군비 경쟁을 멈춰라).”
국군의 날을 맞아 10년 만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시가행진에 맞서 시민단체들이 “남북 갈등이 악화할 것”이라며 행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여연대 등 6개 시민단체는 이날 군 행진 대열이 지나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를 압박하고 굴복시키려는 적대 정책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며 도리어 악화시킬 뿐”이라며 “대화와 협력만이 진짜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인근 보도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가행진을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쓴 형형색색 우산으로 가득 찼다.
이미현 참여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시민들을 향해 “과연 오늘 거리 무기 행진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지 다시 한번 생각하시길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 국장은 “우리가 무기를 더 보유하고 적대하는데 상대는 가만히 보고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며 “전 세계는 유엔과 다자주의 평화를 위한 노력을 통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평화를 지켜왔다”고 말했다.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군인권 사고 앞에, 우리 시민들은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국군에 대한 자성과 진정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힘에 의한 평화는 20세기에 일어난 것으로 족하다. 21세기에는 평화를 구축하는 새로운 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정부가 정작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기후위기’ 의제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평화 시민단체 ‘피스모모’의 영철(활동명) 활동가는 “기후위기를 제1의제로 다루자는 국제사회 논의는 제쳐둔 채, 강력한 힘으로 적을 제압하겠다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는 게 합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윤소영 녹색연합 활동가는 2020년 한국의 군사부문 탄소배출량이 388만t에 이르며, 이는 공공기관 783곳의 배출량보다 많다고 했다.
군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전차 행진을 벌이고, 최신 무기를 공개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주한미군 300여명도 시가행진에 참여했다.
서울경찰청은 시민 안전 확보 및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통경찰과 군사경찰 등 1000여명을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 배치했다. 행진이 벌어진 세종대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양방향 통제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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