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금리 전망도…'킹달러' 공포에 유로·엔·원화 털썩(종합)
엔화 3거래일째 연중 최저…유로화도 부진
'월가 황제' 다이먼 "연준 금리 7% 갈 수도"
"킹달러, 기업에 역풍…증시에 걸림돌 된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킹달러’ 공포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 조짐에 달러화 가치가 폭등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통화 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연일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일본 엔화가 대표적이다. 한국 원화 역시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현재 달러화는 연중 최고점까지 올라와 있는데, 당분간 강달러는 이어질 것이라는데 무게가 쏠려 있다.
日 엔화 3거래일째 연중 최저
26일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6.2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지난 7월 초만 해도 100을 밑돌았으나 최근 두달여 기간 동안 급등했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9월 당시 달러인덱스가 115에 육박한 킹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킹달러 현상은 달러화를 제외한 나머지 통화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 대표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간밤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나와 “올해 상반기 유로존 경제는 전반적으로 정체했다”며 “3분기에는 추가로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0591달러를 기록했다. 전거래일 대비 0.54% 내린 수치다(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
ECB는 최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4.25%에서 4.50%로 인상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를 충분히 장기간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복귀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며 “앞으로는 초점이 기간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이 마지막 인상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곧바로 ‘비둘기파적 인상’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그 이후 유로화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일본 엔화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22일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직후 엔화는 연일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49.19엔까지 치솟으며 150엔 목전까지 왔다(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150엔을 돌파했던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다. 3거래일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일본 당국이 연일 시장 개입성 발언을 하고 있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다. 이날 역시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외환시장 동향을 높은 긴장감을 갖고 보고 있다”며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오후 들어 환율 상승 폭은 더 커졌다.
코메르츠방크의 에스더 라이첼트 외환 분석가는 “유로존의 경기 침체 우려는 ECB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점 희석 시킬 것”이라며 “BOJ 역시 현재 체제에서는 인내심을 갖고 통화 완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종가(1336.5원) 대비 12.0원 급등한 1348.5원에 마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23일(1351.8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킹달러는 증시 랠리에 역풍”
유럽, 일본과 반대로 미국은 매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달러화 강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간밤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목표치로 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굴스비 총재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와 함께 연준 내에서 몇 안 되는 비둘기파로 꼽힌다. 그런데 그마저 다소 매파에 기운 언급을 한 것이다.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매파적 동결’을 단행한 이후 각 지역 연은 총재들은 일제히 공식석상에서 매파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이날 인도 일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과 함께 연준이 기준금리를 7%까지 올리는 최악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며 “금리를 3%에서 5%로 올릴 때보다 5%에서 7%로 인상하는 것이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7%까지 인상한다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는 글로발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4.566%까지 치솟았다.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을 반영한 것이다. 어느덧 4.6% 레벨까지 넘보는 분위기다.
월가는 달러인덱스가 110 수준에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0년물 국채금리가 계속 4.5% 위에서 움직이는 와중에 달러인덱스가 110에 다가가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며 “시장 전반에 변동성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제프리스의 앤드루 그린바움 전략가는 “높은 달러화 가치가 기업에 역풍으로 돌아섰다”며 “증시 랠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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