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첫 불법파견에 롯데케미칼 ‘경고등’…석화업계 파장 커지나
여수산단 집단소송 중 첫 사례
롯데케미칼 불법파견 리스크↑
포장·출하 등 불파 가능성 커져
“석화업계 등 산업 전반 영향”
포장·출하 등 간접공정 대부분을 사내하청으로 운영 중인 석화업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남해화학 판결을 계기로 불법파견 분쟁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이번 사건에서는 원심인 서울고법 판단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 등은 남해화학 사내하청 근로자로 일했다.
이들은 남해화학 간접생산공정에 투입됐다. 이들이 맡은 일은 비료 포장·상차(제품팀)와 장비 관리·석고장 업무(장비팀)였다.
1심은 이들 가운데 비료 포장, 삽차 운전을 수행한 37명만 도급이 아닌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봤다. 포장·운전의 경우 남해화학 핵심 업무인 비료 생산 전체 공정과 직접 연동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받은 근로자를 2년 넘게 사용하면 해당 근로자를 사용한 사업주가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를 대상으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하청 근로자 업무가 원청 사업에 편입돼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파견관계 여부를 판단한다.
2심은 1심과 달리 나머지 간접공정 근로자들도 근로자파견 관계라고 인정했다. 남해화학이 작성한 작업지시서에 따라 업무가 이뤄졌고 구두·문자를 통한 구체적인 지시도 있었다는 이유다.
이번 판결에서는 특히 간접공정 업무가 직접공정과 연동돼 있다고 본 대목이 눈에 띈다. 작업장소는 직접공정과 분리돼 있지만 사실상 같은 사업에 편입돼 있는 만큼 도급보다 파견 형태로 업무가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석고장 관리 업무는 비료 생산에 필요한 인산을 만드는 과정의 부산물인 석고로 시멘트 원료인 중화석고를 만드는 절차이고 남해화학의 주된 업무를 위해서는 삽차, 크레인, 굴삭기, 지게차 등 각종 장비와 차량의 사용이 필수적으로 적시에 이를 수리해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실제 이번 판결 직후 남해화학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이번 판결의 사정권 안에 들게 됐다. 롯데케미칼 간접공정인 포장·출하 업무를 수행한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사내하청 3곳의 근로자들을 소재전문 자회사로 직고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불법파견 소송을 낸 404명 중 312명이 소를 취하했다. 자회사로 전환되는 사내하청은 고부가합성수지(ABS)나 건자재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 과정에서 제품 포장과 출하 등 간접공정 업무를 맡던 사내하청 3곳은 자회사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롯데케미칼 불법파견 소송은 현재 간접공정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롯데첨단소재사내하청지회 관계자는 “대법원의 (남해화학) 판결로 (롯데케미칼 사건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해화학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된 근로자들 중에는 포장 업무를 수행한 인원도 포함돼 있다. 롯데케미칼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간접공정 근로자들 업무와 유사하다. 남해화학 판결이 롯데케미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제품 포장은 석화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사내하청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남해화학 판결이 석화업계 유사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 간접공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과 교수는 “생산이 끝난 제품을 포장·운반하는 것들이 제조업 직접공정과 연관된 업무인지, 작업지시서 제공이 업무상 지시인지는 장기간 논란이 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남해화학 판결이 여수산단 최초라는 의미도 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기 때문에 석화사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남해화학이 노사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리딩 케이스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업계에서는 당장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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