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만 터지면” 빚투족 이렇게 많았나…대출 23조원 돌파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3. 9. 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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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담보대출 사상최대치 기록
연초 18조서 급증…예탁금 90% 수준
시장충격 우려속 증권사, 8%대 이자놀이
[사진 출처=연합뉴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식담보대출이 23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초 18조원 후반대에 머물렀는데 5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 사이 증권사들은 주식담보대출로 연 8% 수준의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은 23조 3997억원으로 확인됐다. 예탁증권담보융자는 주식 등 증권을 증권사에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흔히 주식담보 대출이라고 불린다. 23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초만 해도 예탁증권담보융자는 18조원 선에 머물고 있었지만 지난 4월 말에 2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 22일에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4월 말 라덕연 씨 일당의 주가조작 사태로 인한 8개 종목의 동시 하한가 사태 당시에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증거금을 납입하려는 자금수요 때문에 주식담보 대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2일 일시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이 증가한 것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 청약 탓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투자자 예탁금은 전 거래일인 21일 대비 2조 8286억원이 감소했다. 또 3월부터 줄곧 60조원대를 유지해온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21일 66조859억원에서 22일 57조1213억원으로 8조9646억원 줄었다.

이와 비슷하게 투자자들이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청약에 나섰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두산로보틱스 청약에는 33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사실상 ‘빚투’의 성격을 가진 예탁증권담보대출이 폭증한 것은 시장에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잡힌 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출회될 수 있어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23조원이나 되는 물량이 갑자기 매물로 나올 일은 없겠지만, 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 변동성을 높일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투자자 예탁금의 90% 수준까지 올라간 빚투 잔액은 심각한 정도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투자자 예탁금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으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동원될 수 있다.

그런데 빚투 잔액이 이미 예탁금이라는 시장 완충재 만큼이나 많아진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해 20조 2100억원이다.

여기에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 23조 3997억원을 더하면 43조 6097억원에 달한다. 같은 날 예탁금은 48조 304억원으로 확인된다. 예탁금 대비 빚투 잔액이 90%를 넘는 것은 2020년 2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주식담보 대출로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예탁증권담보대출의 이자율은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되는데, 61일에서 90일을 빌린다 했을 때 적용되는 이자율은 가장 낮은 현대차증권이 5.9%, 가장 높은 SK증권이 9%였다.

다른 증권사들은 7~8%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23조원을 넘는 주식담보 대출 잔액을 평균 7%의 이자율에 적용하면, 증권사들이 3개월이면 4000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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