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망신 당한 캐나다… 러시아 "서방은 역사를 몰라"

김태훈 2023. 9. 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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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때아닌 '나치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에 맞춰 캐나다·우크라이나 간 친선을 더욱 돈독히 하려는 과정에서 나치 경력이 있는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을 '전쟁 영웅'이라고 부르는 실수를 저지른 탓이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에 대한 캐나다 등 서방의 더 많은 군사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22일 캐나다 하원에서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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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때 나치 편에서 싸운 우크라이나인
캐나다 하원의장, '전쟁 영웅'으로 불러 논란
'우크라=나치' 러시아 선전에 힘 실어준 꼴

캐나다가 때아닌 ‘나치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에 맞춰 캐나다·우크라이나 간 친선을 더욱 돈독히 하려는 과정에서 나치 경력이 있는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을 ‘전쟁 영웅’이라고 부르는 실수를 저지른 탓이다.

캐나다 정부가 황급히 “정보 부족에 따른 오류”라고 해명하고 나섰으나 러시아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캐나다 등 서방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장악한 나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고 있다.
앤서니 로타 캐나다 하원의장.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2일 하원에서 벌어진 사태에 관해 이날 “무척 당혹스럽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 매우 화가 난다”고도 했다.

대체 왜 그런 걸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에 대한 캐나다 등 서방의 더 많은 군사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22일 캐나다 하원에서 연설했다. 이 자리에는 특별히 올해 98세의 야로슬라프 훈카라는 인물이 하원의 초청으로 참석했다. 앤서니 로타 하원의장은 일반인석에 앉아 있던 훈카를 가리켜 영웅이라고 불렀다. 그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라는 사실만 듣고서 그냥 전쟁 영웅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원 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훈카는 2차대전 때 나치 독일을 위해 싸웠다. 독일은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1941년 6월 소련(현 러시아)을 전격 침략했다. 당시 소련 지배를 받던 우크라이나에는 ‘소련으로부터 독립하려면 독일 편을 들어야 한다’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제법 있었다. 훈카도 그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군은 훈카와 같은 우크라이나인 자원자들로 구성된 사단을 창설했고, 이 부대는 2차대전 내내 나치 독일을 위해 싸웠다. 전쟁 기간 폴란드인과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사실관계가 드러나자 로타 하원의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나중에야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며 “(훈카를 하원으로 초청해 영웅이라고 부른) 내 결정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캐나다 하원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앞줄 오른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 등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앤서니 로타 캐나다 하원의장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 야로슬라프 훈카(98)가 하원 일반인석에 앉아 있음을 알리며 그를 ‘영웅’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훈카는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위해 싸운 것으로 드러났다. AP연합뉴스
일각에서 캐나다에 국가적 망신을 안긴 로타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트뤼도 총리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로타 의장에게 퇴진을 요구하진 않았다. 대신 “훈카를 하원에 초청하기로 한 결정은 총리실과 무관하게 하원의장에 의해 단독으로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트뤼도 총리도 훈카와 사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이번 사건을 선전전에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는 줄곧 “우크라이나를 나치 지배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라고 전쟁 목표를 설명해 왔는데 말 그대로 호재를 만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레믈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가리켜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캐나다를 포함한 많은 서구 국가들은 2차대전 동안 누가 싸웠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를 키웠다”며 “그들은 파시즘의 위협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나치와 깊은 관계를 맺어 왔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 나라를 탈(脫)나치화시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란 억지 주장을 강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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