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누구나 주택연금법'..내 집에 살며 누리는 든든한 노후

2023. 9. 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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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공사가 주택연금법 개정안을 사전예고했다. 법이 개정되면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한 주택가격 요건이 공시 기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된다. 주택연금 총 담보대출한도도 현행 5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된다. 가입 가능한 주택가격도 높아지고, 지급되는 최대 연금 액수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새 제도는 10월 12일 이후 신청 건부터 적용된다. 집 값이 비싸다고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비율도 대폭 감소한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 기준으로 2022년에는 상위 20.9%에 포함되면 주택연금 가입이 불가능했지만 법 개정과 공시가격 변화로 상위 7.9% 소유자를 제외하고는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대략 시가 17억원 정도 집까지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담보대출한도 상향됐기에 70세 가입자 기준 월 연금액이 최대 330만원대로 늘어난다.

개정 주택금융공사법 적용시 월 연금지급액

◇은평구 국회의원이 '비싼 집 가입'을 주장한 이유는

필자는 주택연금의 범위를 넓히는 일명 '누구나 주택연금법'을 보건복지위원이던 2021년 발의했다. 애초 발의내용은 주택연금 가입시 주택 가격에 따른 제한 자체를 폐지하는 내용이었다.

역모기지를 활용한 주택연금제도는 이미 많은 나라가 시행중이다. 그러나 주택연금 가입시 유독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가입하고자 하는 주택의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해 '비싼 집'은 주택연금에서 배제하는 점. 둘째는 '우대형 주택연금'으로 일정 가격 이하 주택 소유자가 가입하면 담보가치 대비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해주는 혜택이다.

먼저 '비싼 집 가입금지'를 살펴보자. 지금까지 주택연금 가입 상한 주택가격은 공시 9억원이었다.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도 주택연금 가입 불가였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역모기지론이다.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기관에서 매월 일정액을 연금 형식으로 받는 대출이다. 담보대출의 수익성은 금리 등도 있지만, 기본은 담보가치 대비 대출금이다. 20억짜리 집을 담보로 맡겨 10억을 대출하는 경우와 12억짜리 집을 담보로 10억을 대출하는 것.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분명 전자가 훨씬'우량 고객'이다. 해당 대출채권 유동화도 더 수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역모기지 주택연금을 운영하면서 가입 주택의 가격에 상한을 규정한다. 핵심 명분은 “서민을 위한 제도인데, 왜 비싼 집 소유자에게 연금을 지급해야하는가?”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 모순됐기에 '가입상한 폐지' 개정안을 냈던 것이다. 참고로 필자가 2021년 법을 발의한 이후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국민의힘 의원들도 뒤이어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내용은 폐지가 아닌 12억원과 15억원으로 가입기준을 높이는 내용이었다.

사실 아이러니하긴 했다. 민주당이자 지역구가 은평구인 필자는 '가입상한 폐지' 개정안을 가장 먼저 발의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이 몰려있는 강남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은 조금만 올리는 개정안을 발의하다니…. 덕분(?)에 서초 강남구 아파트 단지에 사는 어르신 분들의 격려전화도 수 없이 받았다.

◇부족한 노후소득, '주택의 금융화'로 해결해야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담보의 인정금액, 즉 주택연금 지급 상한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가입 주택 가격이 높아지면 사업 시행사인 주택금융공사에도 좋은 일이다. 우량한 고객, 즉 비싼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는 사람이 늘수록 '우대연금' 같이 서민에 대한 혜택을 확대할 재정 여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주택연금 제도에만 존재하는 가입 주택가격 상한 규제와 우대형 연금은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 상충되는 제도였던 것이다.

주택가격 2억원 미만 우대형 주택연금 지급예시표

현금창출이 어려운 어르신이 아무리 비싼 집에 살아도 쓸 돈이 없는건 마찬가지다.“집 팔고 다른 동네 가면 되지 않나?”라고 쉽게 얘기하지만, 수십년 살아온 동네를 떠나는건 쉽지않고, 살던 곳에서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고픈 욕구는 존중하는 게 당연하다. 어찌됐건 100% 만족 할 순 없지만 주택연금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눈치보지 말고 주택연금을 '선택'하는 사회를 희망하며

자신의 집에 살면서 노후 소득까지 보장되는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상반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고금리로 인한 지급액 하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8109건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공적연금 도입이 늦고 퇴직연금은 걸음마 단계인데다 기초연금도 액수가 적기에 OECD 국가 중에서도 노인빈곤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르신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있다. 즉, 당장 쓸 현금은 없고 소득만 보면 가난하지만 거주하는 집은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자기 집은 있는 어르신이 주택을 이용해 안정적 노후를 누리도록 보다 적극적 노력과 사회적 풍토 변화가 따라야 할 것이다.

더불어 주택연금 대상자 중 어려운 분에 대한 정책보완도 필요하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는 주택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소득으로 인정받아 생계급여가 삭감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이나 기초연금 등 타 제도에서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땐 주택연금 지급액이 소득에서 빠진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기에 사실 '소득'으로 산입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러한 문제도 시급히 개선해 보다 많은 어르신이 자신의 집을 기반으로 원활한 소득을 창출하길 희망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kangbw89@gmail.com

〈필자〉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대표적 차세대 정치인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수행비서를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참여정부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 서울 은평구(을) 지역에서 처음 당선됐다. 국회 환경노동·기획재정·보건복지·정무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 민주당 정책위원회 선임부의장을 거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상임부위원장직도 역임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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