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혀 있는 땅도 놀리는데… 택지공급·PF 확대로 주택건설 늘어날까

윤희훈 기자 2023. 9. 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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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기 신도시 등 5만5000호 공공 공급 발표
주택공급 정상화 견인하기엔 공급량 ‘미미’
PF 보증 확대, ‘부실 사업장’ 무차별 지원될까 우려도
경기 하남시 교산신도시 예정부지 모습. /뉴스1

정부가 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은 민간 공급 위축에 대응해 공공에서 물량을 추가하고, 공급을 최대한 앞당겨 주택공급을 정상화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8월 270만가구 공급 계획에 이어, 지난 1월엔 공공주택 100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공급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거시경제 여건이 악화하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주택 공급이 위축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주택 인허가는 21만300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9%가 줄었다. 같은 기간 착공은 11만400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6%나 빠졌다.

특히 민간 분야 공급이 크게 위축됐다.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주택건설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 자금조달 흐름도 둔화됐다.

이에 정부는 민간 공급 위축을 공공에서 보완하고, 공급을 조기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주택공급의 위축으로 장래 수급불균형이 우려된다”면서 “장래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 추가 공급 5만5000가구 불과… “용적률 올리고 자족용지 줄여야”

핵심은 3기 신도시의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여 3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고, 신규 공공택지 물량도 당초 계획보다 2만가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매각 공동주택용지 중 일부를 공공주택 용지로 변경해 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3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196%)을 일부 끌어올리고, 자족용지와 공원녹지를 일부 줄여 주택용지를 확보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문제는 추가 공급량 5만5000가구가 주택공급 정상화를 견인할 정도로 영향을 미치겠냐는 점이다.

현재 3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96% 수준이다. 고양창릉이 188%로 가장 낮고, 남양주 왕숙이 203%로 가장 높다. 이는 현재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 ‘169~226%’와 유사한 수준이다.

자족용지 비율도 1기 신도시(0%)와 2기 신도시(4.7%)에 비해 3기 신도시(13.8%)가 높다. 공원녹지 비율 역시 1기(19%), 2기(30%)에 비해 3기(34%)가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물량 확대 수준으로는 시장 안정을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3기 신도시의 자족용지와 공원녹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낮은 용적률도 문제다. 비슷한 용적률을 보이는 1기 신도시도 용적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데,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이렇게 낮게 잡을 이유는 없다”면서 “서울 도심지 용적률(300%) 수준으로만 용적률을 늘려도 주택 공급을 17만가구가량 늘릴 수 있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사업성이 좋아지고, 주택건설사업의 사업성도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택지 전매제한을 1년 한시로 풀어주는 정책도 주택 공급을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업성 때문에 공사를 미루고 있는 부지를 타 건설사가 매입해 공사를 진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사업의 핵심은 사업성이다. 지금까지 미착공한 택지를 이제 와서 착공을 서두를 이유가 적다”면서 “또 이러한 전매가 이뤄지더라도 물량이 적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주상복합 공사현장 크레인 너머로 주거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 건설사 돈줄 풀어주지만… ‘부실 사업장 무차별 지원’ 우려도

정부는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도록 돈줄을 풀어주는 정책도 내놨다. 정부는 PF 대출 보증 규모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린다. PF 대출 보증의 대출한도는 전체 사업비의 50%에서 70%로 상향해 사업자의 추가 자금 확보를 뒷받침한다.

PF 보증 심사 기준도 완화해 모든 건설사가 보증 대상이 된다. 기존에는 시공사 도급 순위 700위까지 PF 보증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시공사 도급 순위와 상관없이 보증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사업성 있는 우량사업장을 중심으로 PF 보증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보증을 아무 곳에 해주면 최근 시끄러웠던 전세 사기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라며 “부실 사업장까지 무차별 지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정상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다만 정부에서 판단하는 정상·부실 사업장에 대한 기준이 별도로 있진 않아 금융 기관의 결정에 따라 자금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상, 부실 사업장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라며 “사업성을 판단해 자금을 투입했을 때 정상 가동하면 정상 사업장이고, 자금을 넣어도 사업이 중단될 것으로 보이면 부실 우려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별로 판단할 것이고, 판단의 주체는 금융 기관이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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