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해소할 전방위 금융 지원…미분양 허덕이는 건설사 움직일까

윤지원·심윤지 기자 2023. 9. 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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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원 늘리고, 각종 규제 풀고
착공 밀려있는 33만호 움직일지 관건

정부가 내놓은 민간 공급대책은 최근 착공 공사가 정체된 곳에 자금을 투입해 막힌 혈을 뚫어주는 게 핵심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자금 경색이 심화하자, 정부와 금융권이 21조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 투입해 막힌 ‘돈줄’을 뚫어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다시 과도한 금융지원에 나설 경우 추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고, 지방 미분양 문제 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26일 브리핑에서 “현재 인허가 단계가 진행되는 주택이 19만이고, 인허가를 받았지만 착공이 밀린 게 33만1000호”라며 “총 52만호가 정상적인 트랙에 올라타게 하는 게 이번 대책의 목표”라고 말했다.

돈 더 빌리게 각종 규제 푼다…“공급 실효성 떨어지고 부실 초래 우려”

부동산 PF는 토지를 확보해 인허가를 받는 단계에서 돈을 빌리는 브릿지론과 착공에 따른 공사비에 들어가는 본PF로 구분된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착공 대기 상태로 쌓여있는 물량이다. 올 1~8월 착공은 전년 동기 대비 56% 줄어 당장 2년 뒤 공급 절벽이 유력하다.

정부는 PF를 정상화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의 PF대출 보증액 규모를 당초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출 한도는 전체 사업비의 50%에서 70%까지 높였고 보증 대상 심사까지 완화해 더 많은 사업장이 더 큰 돈을 빌릴 수 있게 만들었다.

정부가 ‘정상’이라고 보는 사업장은 집중 관리된다. 조정위원회를 운영해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이 지체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이들 사업장을 대상으로 총 7조2000억원 가량의 정책금융기관 금융 지원도 투입한다. 캠코와 금융지주가 조성하는 1조원 규모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는 2조원 이상으로 증액된다.

분양 계약자들의 대출은 더 수월해진다. 중도금 대출 보증 책임비율을 현행 90%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사실상 은행이 떠안을 리스크를 ‘0’으로 만든 것이다. 은행이 중도금대출을 심사할때 초기분양률을 따지는 기준도 낮출 방침이다.

“사업성 없는데 누가 뛰어들어”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비아파트 정책 효과 미미할듯

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 공급 대책 역시 금융지원과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먼저 비아파트 건설자들은 1년간 한시적으로 1호당 7500만원까지 최저금리(연 3.5%)로 대출이 가능하다. 만약 비아파트를 공공지원 민간임대 용도로 건설할 경우 대출 한도는 더 확대된다. 상업준주거 역세권 내 짓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주차장을 세대당 0.6대에서 0.4대로 규제를 풀어줄 방침이다.

수요 대책도 있다. 청약시 무주택으로 간주되던 소형 주택 기준이 높아진다. 현재 무주택 간주 소형주택은 수도권 공시지가 기준 1억3000만원인데 1억6000만원으로 확대하는 식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정비구역 시정, 신탁방식 추진 절차 등을 간소화해 사업 속도를 높인다.

2020년부터 유지돼온 공공택지 전매제한도 1년간 완화된다. 전국 곳곳에 공공택지 미매각 사례가 이어지고 추첨을 통해 분양받은 건설사들의 대금도 연체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또 정부는 공공택지를 공급한 건설사가 인허가를 1년 내 받을 경우 신규 공공택지 추첨 때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민간임대 공모 규모도 연 1만호에서 2만호로 확대한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다” 전문가들 공급 실효성 평가 낮아

정부의 민간 공급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특히 과도한 금융지원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금융 지원을 받은 사업자들의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최종 손실 규모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문제가 된 전세사기도 무분별한 보증이 불러왔던 만큼 위험 사업장은 심사를 엄격히 관리해야 맞다”고 말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건설업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있으면 사업이 진행될 수가 없는 구조”라며 “PF지원은 실제 현장이 돌아가게 만들기보다는 건설사들의 금융 비용만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매 제한 완화나 비아파트 대책은 실제 공급면에서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시장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매를 푼다고 해도 과연 살 사람이 있을까 싶다”고 했고,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부장은 “공공택지를 매입한 민간 건설사가 짓는 주택은 당연히 비싼 분양가로 공급되기 때문에 서민주거안정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작 건설사를 움직이는 데 가장 중요한 대책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전국적 미분양의 80%가 지방에 있다. 이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미분양 소진 대책이 같이 나와야 건설사를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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