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선수 누른 이다연, ‘여고생 국대즈’도 “할 수 있다”

장강훈 2023. 9. 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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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톱랭커라는 생각은 안했다. 똑같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작은 거인' 이다연(26·메디힐)은 세계 여자골프 최고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민지(27), 태국 여자골프 2세대 기수인 패티 타바타나킷(24·이상 하나금융그룹)과 서든데스 형식의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김민솔은 "세계 톱랭커인 프로 선수가 출전하지만, 상대가 어떤 선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확실히 해내면 원하는 목표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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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연이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3차 연장 끝에 버디를 잡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 | KLPGA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세계 톱랭커라는 생각은 안했다. 똑같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작은 거인’ 이다연(26·메디힐)은 세계 여자골프 최고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민지(27), 태국 여자골프 2세대 기수인 패티 타바타나킷(24·이상 하나금융그룹)과 서든데스 형식의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세 차례 승부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는 “상대가 누구든 함께 연장전을 치르고 있으므로 나와 같은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골프 여자대표팀이 26일 항저우 서호 글로벌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연습라운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KGA


상대 이름값에 눌리기보다 그간 흘린 땀과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자는 생각만 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은 승운을 끌어왔다. 세계 톱랭커도 좀처럼 하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게 골프다.

챔피언 퍼트가 된 9.2m짜리 내리막 퍼트는 볼이 홀컵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슬로비디오처럼 보일만큼 짜릿했다. 수세를 우세로 바꿔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작은 거인’의 기세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9승을 따낸 세계랭킹 7위도, 2021년 LPGA투어 신인왕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장면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단체전 석권을 목표로 삼은 ‘여고생 국대즈’가 참고할 만하다.

한국 골프 여자대표팀 김민솔이 2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기가 열리는 서호 글로벌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티샷하고 있다. 사진 | KGA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여자 대표팀을 아마추어로 꾸렸다. 임지유, 유현조(이상 18)와 김민솔(17·두산건설)은 국내 아마추어 최강자로 꼽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화수분’으로 유명한데, 정규투어가 크게 인기를 얻자 골프하는 유소녀가 폭증한 영향이다. 다른 종목보다 저변이 넓은 편이고, 이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아카데미가 활성화했으니 기량이 빼어난 선수가 꾸준히 증가한다.

‘여고생 국대즈’는 이들을 대표하는 톱클래스들이다. 특히 김민솔은 올해 KLPGA투어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다섯차례 참가해 세 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알려진 KLPGA투어 선배들과 대등한 경기력을 뽐냈다는 의미다. 특히 가장 최근에 치른 OK금융그룹 읏맨오픈에서는 13언더파 203타로 톱5에 등극하며 아시안게임 활약을 예고했다.

한국 골프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26일 아시안게임 경기장인 서호 글로벌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어프로치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 KGA


김민솔은 “세계 톱랭커인 프로 선수가 출전하지만, 상대가 어떤 선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확실히 해내면 원하는 목표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시안게임은 출전한 세 명의 개인성적 중 상위 두 명을 합산해 단체전 순위를 결정한다. 개인 성적이 뒷받침돼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5일 결전의 땅 항저우로 향한 ‘여고생 국대즈’는 26일 이른 아침부터 서호 글로벌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코스 적응을 시작했다. 중국은 대회 준비 기간 동안 다른 국가 선수에게 코스를 개방하지 않았다. 1라운드를 시작하는 28일 전까지 이틀 동안 코스 레이팅과 잔디특성 등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골프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야디지북에 코스 특성을 메모하고 있다. 사진 | KGA


그렇더라도 샷감에 자신이 있으면 상대가 누구든 똑같은 조건이다. “믿고 치자”고 수없이 외쳐 우승을 따낸 선배들처럼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담대함이 ‘여고생 국대즈’에게는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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