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일까…전문가들 "시장 안정화, 가격발견 기여"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이익을 거두는 '공매도' 제도가 상당 부분 개선돼 '기울어진 운동장'이 많이 해소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외국인 및 기관 주도의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다는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다.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경협·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공매도,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통해서 시장을 교란했는지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왕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는 변동성을 안정화시킨다는 논문, 공매도를 통해 시장 안정화를 해치기보다 가격 발견에 기여한다는 논문이 있다"며 "오히려 공매도를 제한할 경우 가격효율성이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가 나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못한다는 인식도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 개선을 위한 개인 대주제도 개선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인대주 서비스 증권사는 2020년 2월말 6개사에서 현재 28개사로 증가했고, 대주가능금액도 734억원에서 1조6915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대주 대출기간도 60일 및 연장 불가한 상황에서 90일 및 횟수 제한 없이 연장이 가능해졌다. 담보비율도 140% 이상에서 120% 이상으로 완화됐다.
왕 교수는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거래를 할 때 시간당 수익률을 보면 약 0.337%, 일별 수익률은 약 2.022%로 개인도 돈을 번다"며 "미니코스피200선물에 대한 시장조성자 공매도도 금지돼있는데, 이는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위축시키기도 한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투자자를 위해 개인대주에 대한 반대매매 관련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왕 교수는 "담보비율이 120%인데 그만큼 가격이 상승하면 강제청산될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에 대한 의무와 사실상 없는 유지증거금 관련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도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안 오른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현재 우리 주식시장 주가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야 한다는 것이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정상 주가보다 낮은 원인이 공매도에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해달라"고 밝혔다.
빈 교수는 "공매도가 전체 매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상시에는 2~3%를 넘지 못하고, 높아져봤자 6~7% 정도"라며 "공매도와 주가 하락 간의 인과성에 대한 주장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는 없는데 파는 게 아니라 차입 후 매도이므로 차입해 확보한 주식을 파는 것인데 일반적인 매두와 사실상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며 "은행도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샀다 팔았다 하는데 팔 때는 사서 갖고 있던 달러를 갖다 팔기도 하고, 빌려서 확보한 달러를 갖다 팔기도 하는데 은행이 공매도로 외환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용매수라는 것을 자주하는데, 이는 돈이 없으니 돈을 빌려서 사는 것이니 공매수"라며 "공매수는 괜찮고 공매도는 안 되는 것인가? 채권시장에서도 채권을 빌려 파는 차입매도가 자주 있는데 그게 시장을 교란하는가"라고 말했다.
빈 교수는 "공매도를 하는데 개인이 기관에 비해 차별 받는다는 것은 불공정한 차별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며 "은행이 대기업, 중소기업, 소득이 좋은 개인, 소득이 약한 개인에 대출 금리가 제각각 다 다른데 그것도 기울어진 운동장인가"라고 강조했다.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도 토론자로 참석해 "저는 공매도 찬성론자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전 종목 모두 공매도가 허용돼야 한다"며 "그래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작가는 "공매도 관리 전산화, 기관과 개인이 동일하게 3개월 의무 상환기간을 적용하고 동일한 담보비율을 적용해달라"고 조건을 제시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모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는 16년째 박스피의 원인 중 하나"라며 "공매도 점유율은 외국인이 80%내외, 기관이 20%내외, 개인이 1%내외로 외국인들이 정보력, 자금력, 매매 기술력 등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손쉽게 개인 재산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공매도가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공매도 등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오랫동안 방치한 잘못이 있다"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1대주주인 개인투자자들이 잘못된 공매도 제도로 인해 일방적으로 재산을 탈취당하는 불공정 해소를 취우선 급선무로 추진해야 하며, 공매도 상환기간 통일·담보비율 통일·공매도 전산화·대차시장과 대주시장 통합 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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