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으로 뚝 줄어든 LPGA ‘톱10’ … 한국여자골프가 진짜 위기인 이유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2023. 9. 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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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진 AFP연합뉴스>
무승부로 끝이 난 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 컵은 올해 꽤 흥미진진했다. 솔하임 컵이 이렇게 짜릿했던 것도 아주 오랜만이다. 그건 미국과 유럽 여자골퍼들이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또 그건 한국여자골프가 최근 그만큼 위축되고 있다는 것과도 연결된다.

솔하임 컵으로 2주간 쉬었던 202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이제 다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이미 24개 대회가 치러졌고 이제 남은 대회는 8개에 불과하다.

올해 한국여자골퍼의 우승은 고진영의 2승이 전부다. 고진영은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과 5월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했다. 이후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한국여자골퍼의 우승 소식이 끊겼다. 우승 횟수가 줄어들면서 ‘한국여자골퍼의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우승이란 것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꽤 따라줘야 한다. 김효주가 평균 타수 1위의 샷으로도 올해 우승하지 못하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우승은 못할 수도 있다. 그 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여자골퍼들의 톱10 횟수가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한국여자골퍼 위기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김효주. <사진 AFP연합뉴스>
시즌 개막전부터 리더보드 톱10에 한국여자골퍼의 이름이 사라졌다. 챔피언들만 출전하는 힐튼 그랜드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출전한 한국 선수 자체가 한 명도 없었던 탓이다.

두 번째로 톱10에서 이름이 사라진 대회는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다. 16강에 진출한 한국선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한국선수 4명만 출전했던 ISPS 한다 월드 인비테이셔널에서도 톱10에 한국 선수 이름이 빠졌다.

올해 한국선수들의 전체 톱10 횟수는 35차례에 불과하다. 톱10 8회의 김효주와 6회의 고진영 그리고 5회의 유해란이 그나마 버텨 준 덕이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톱10 횟수가 크게 줄었다. 아직 8개 대회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50회를 넘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김세영, 전인지, 최혜진이 올해 딱 한 번씩 톱10에 진입했는데, 작년 한국선수 중 가장 많은 10회 톱10을 기록했던 최혜진의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 해 한국여자골퍼들의 톱10 횟수는 63회로 선방했다.

최근 10년의 기록을 보더라도 한국여자골퍼들의 톱10 횟수가 50회를 넘기지 못한 것은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렸던 2020년뿐이었다. LPGA 투어에서 뛰던 한국여자골퍼들이 상당수 국내 투어에 머물렀던 당시 총 27회 톱10 기록을 남겼다.

10년 전인 2013년 한국여자골퍼들은 LPGA 투어에서 19명의 선수가 84회 톱10을 합작했다. 그해 박인비가 11차례 톱10에 올랐고 유소연 10회, 김인경 9회, 최나연 8회 등 여러 선수들이 고루 10위 이내 성적을 냈다.

최혜진. <사진 AFP연합뉴스>
박인비가 자신의 개인 최다인 17회 톱10을 기록했던 2014년에는 총 17명의 선수들이 94차례나 10위 이내에 들었다.

한동안 한국여자골퍼들의 톱10 횟수가 100회를 넘겼을 때도 있었다. 2015년 102회, 2016년 101회, 그리고 2017년에는 103회 톱10 횟수를 기록했다. 한국여자골프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이후에도 2018년 80회, 2019년 96회로 무난했던 톱10 횟수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확 꺾이기 시작했다. 2021년 75회, 2022년 63회로 줄어들더니 이제 50회 밑으로 줄어들 위기에 놓인 것이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젊은 피의 수혈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반대로 국내 투어는 활성화하면서 LPGA 무대 진출 자체를 기피한 영향이 컸다.

20년 전인 2003년은 LPGA ‘톱10’ 횟수에서 한국여자골프의 대기록이 작성된 해였다. 그해 박세리가 20회로 톱10 횟수 1위를 차지했고 박지은이 19회로 2위에 올랐다. 당시 ‘골프 여제’였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15회로 3위였고 카리 웹(호주)이 12회로 4위를 기록했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열흘 이상 붉은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뜻으로 한 번 성한 것이 얼마 가지 못해 쇠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다. 권불십년이라고도 했다. 권력은 10년 이상 유지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지금 LPGA의 한국여자골프 현실이 권불십년의 의미를 떠오르게 한다. 20년 전 대기록도, 10년 전 화려했던 성적도 이제는 그저 옛날 일일 뿐이다.

한국여자골퍼가 제대로 부활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톱10 횟수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LPGA 무대에 도전해야 한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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