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공원 줄여 주택 부지로... 정부 "12만 가구 추가 공급"
1~8월 인허가 실적 지난 文 정부보다 적어
3기 신도시 3만가구·8.5만가구 공공택지 조성
실제로는 5.5만가구 증가...당장 효과는 '글쎄'
최근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과열 조짐을 빚자 정부가 공공 주도로 12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대책을 내놨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등 민간 분야 주택 공급이 여의치 않은 만큼, 일단 공공이 나서 공급 물꼬를 트겠다는 취지다. 다만 최근 집값 상승 등의 추세를 고려해 세금 완화와 같은 주택 수요 진작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역대 최대 공급한다더니…첫해부터 꼬여
정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6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수도권에 12만 가구를 추가로 공급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아파트 공급 대책은 이번 정부 들어 세 번째다.
앞서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 주택 공급 대책에서 정부는 2023~2027년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 지역에 270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하고, 이 중 50만 가구는 저렴한 공공분양 아파트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허가 기준 역대 최대다.
하지만 실행 첫해부터 계획이 꼬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올해 주택 공급 목표치는 수도권 26만 가구, 지방 21만 가구 등 47만 가구다. 하지만 1~8월 인허가 된 주택 수는 45% 수준인 21만3,000가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줄어든 데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1~8월)년과 비교해도 31%나 적다. 당장 올해 실적 달성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통상 인허가 이후 3~4년이 흘러야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추후 심각한 주택 공급난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고분양가에도 청약 수요가 몰리고,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도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한몫했다. 기존 공급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정부가 추석 전 세 번째 공급 대책을 급하게 내놓은 것이다.
11월 8.5만가구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
최근 주택 공급이 크게 차질을 빚은 배경은 복합적이다. 원자잿값·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금리 급등에 따른 사업비 악화로 민간 건설사가 줄줄이 사업을 접은 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사태까지 겹치며 공공까지 사업 동력을 상실한 탓이 크다. 이에 정부는 일단 공공 주도로 주택 공급을 12만 가구 늘리되, 각종 금융지원 정책 등을 통해 민간이 신속히 인허가를 받아 착공에 나설 수 있게 유도할 방침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우선 경기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등에 36만 가구 규모로 추진 중인 3기 신도시에서 3만 가구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3기 신도시는 공원으로 활용하는 녹지용지(34%)와 상가 등 자족용지(13.8%) 비율이 1·2기 신도시(자족용지 0%·4.7%)에 비해 크게 높은데, 이번 대책에서는 오피스와 공원 지을 땅을 줄여 주택 부지를 확보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수도권 중심부에 신규로 8만5,000가구 규모의 공공 아파트 건설지역(공공택지)을 조성한다. 애초 계획(6만5,000가구)보다 2만 가구 늘어난 규모다. 신규 택지 후보지 발표 시기는 애초 내년 상반기에서 올해 11월로 당기기로 했다. 아울러 민간 몫으로 배당한 공공택지를 공공이 넘겨받아 5,000가구 신규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물량을 모두 합치면 12만 가구인데, 신규 택지 조성으로 애초 6만5,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순수하게 추가되는 공급 물량은 5만5,000여 가구 수준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물량이 이전 270만 가구에서 275만5,000가구로 늘어나는 셈이다.
국토부 "올해 못 해도 내년까진 100만 가구 달성"
정부는 또 향후 1년 동안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민간사업자가 1회에 한해 최초가격 이하로 다른 사업자에게 택지를 매매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업 추진이 가능한 사업자에게 신속히 공공택지가 공급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다만 계열사 간 전매는 금지하기로 했다.
또 건설 사업의 첫 관문인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택을 지으면 일정 부분 지방자치단체에 내야 하는 부담금도 대폭 줄일 예정이다. 착공 단계 때 은행에서 PF대출을 받아 바로 사업에 들어갈 수 있게 공공기관(HUG·주택금융공사)의 PF보증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전체 사업비의 70%까지 PF대출 보증을 지원한다. 은행으로선 대출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이전보다 수월하게 PF대출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경기 부진으로 이번 대책이 당장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추후 시장 상황이 바뀔 때를 대비해 미리 규제 요인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목표치인 47만 가구 달성을 못 하더라도 내년 공급을 늘려 내년까지 총 100만 가구(원래 목표는 23·24년 101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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