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은 대표 "11번가 죽지 않았다, 이커머스 1위 아직 없어"
안 대표 향후 '성장 가능성' 강조…"시장 결정되지 않아"
단기간 상장 돌입 어렵겠지만, 목표 자체 변함없어
[더팩트|이중삼 기자] "11번가 살아있다. 죽지 않았다. 이커머스 시장 1위가 정해져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11번가를 이끌고 있는 안정은 대표이사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11번가가 직면해 있는 문제와 고민들을 비롯해 미래 성장 방향 등 앞으로의 포부를 전하기 위해서다.
안 대표는 △야후코리아 △네이버 △쿠팡 △LF 등을 거친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2018년 11번가에 합류한 뒤 서비스 총괄 기획·운영을 맡아오다 지난해 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현재 하영일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11번가에서는 최초 여성 대표다.
안 대표는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EO(이오)에 출연하며 11번가의 성장 가능성을 피력했다. 안 대표는 "국내 온·오프라인 리테일 커머스의 규모는 630조인데 이 가운데 온라인이 206조 정도로 3분의 1 수준까지 밖에 못 올라왔다"며 "매월 11번가를 방문하는 고객이 1400만 명인데 더 많은 고객이 더 많은 가치를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 1위 경쟁사가 20% 정도를 점유하는데 4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 하나의 상품이 1년 365일 한 군데서만 저렴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국내 고객들은 너무나도 똑똑하기 때문에 한 군데 사이트에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또 다른 가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11번가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하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들었다. 안 대표는 "고객이 의류를 구매할 때와 식품을 살 때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걸 분리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좋은 구매경험을 일으킬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처럼 11번가 안에서 카테고리별로 관(버티컬)을 분리하는 작업을 통해 신선식품(신선밥상), 중고·리퍼(리퍼블리), 명품(우아럭스) 등 버티컬 서비스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슈팅배송'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슈팅배송은 오늘 주문하면 다음 날 무료 배송으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월 회비와 최소 주문 금액 없이 이용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안 대표는 "왜 지금 슈팅배송에 집중하느냐 형식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이커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는 상품·가격 경쟁력·배송인데 배송은 당연히 11번가의 기본 역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아직 80%의 고객이 슈팅배송을 모르고 있는 만큼 고객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11번가는 최근 배우 주현영과 가수 김조한·뮤지를 내세워 슈팅배송 광고 갬페인 영상 3편을 공개하며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 유일하게 아마존의 해외직구 상품을 판매하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앞으로 아마존 상품 확장을 통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영상 마무리에 안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의 1위가 결정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11번가는 가격 경쟁력·셀렉션·배송경험 면에서 정말 많은 변화를 이뤄가고 있고 최대한 고객 관점에서 이를 전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상장 계획 끝나지 않아…2025년 흑자전환 기대
안 대표가 11번가 미래 청사진을 밝힌 것과 별개로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준비에 만전을 기울였지만 사실상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상장 시기가 연기될 뿐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항간에서 흘러나온 IPO를 이달까지 약속했다는 얘기에 대해선 "약속한 적 없다"며 "적절한 가치를 평가받기 힘든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해왔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향후 상장 전략안에 대해선 아직 밝힐 수 없다고도 첨언했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공단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 원을 투자받으면서 5년 내 상장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시한대로라면 올해 상장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 상태로 흘러간다면 연내 상장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1번가가 연내 상장에 실패한다면 일정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특히 투자받은 5000억 원에 8%의 이자까지 더해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투자금은 상환하면 될 일이다. 현재 시장 상황으로 보면 단시간에 상장에 돌입하는 건 힘들어 보이지만 상장 추진이라는 목표 자체는 변함이 없다"며 "모회사인 SK스퀘어가 투자자·관계자들과 투자금 상환, 신규 투자 유치를 비롯해 투자자 다양한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1번가가 IPO 연기한 이유에 대해 △영업이익 하락 △기업가치 하락 △SK그룹의 과도한 배팅 등 총 3가지를 꼽았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11번가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에서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했다. 또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진 부분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특히 기업가치 상승을 염두해 둔 SK그룹의 과도한 베팅이 독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11번가 실적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에 성공하진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11번가 2분기 매출은 19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18억 원) 대비 551억 원 늘었다. 영업손실은 -267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450억 원) 대비 183억 원 줄었다. 그러나 올해 1·2분기에서 흑자로 돌리는 데는 실패했다. 또 11번가는 2018년 투자를 받을 당시 기업가치가 약 2조7000억 원에 이렀지만 현재는 약 1조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김 교수는 11번가가 흑자전환을 이루는 데는 독보적인 상품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전략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1번가에서만 구할 수 있는 특화된 상품이 필요하다"며 "특히 쿠팡과 네이버와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개발하고 특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11번가는 2025년 흑자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을 밝혔다. 11번가 관계자는 "신규서비스는 물론 슈팅배송 서비스 등이 지속 성장함에 따라 2025년 흑자전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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