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밀라 코트, 전 세계 여성들 사랑 받아[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막스마라②

미국의 사진작가 윌리엄 웨그먼은 반려견을 의인화해 사진을 찍어 1970년대 미국 서부의 개념 미술을 이끈 인물이다. 그의 반려견 만 레이는 독일에서 개량된 와이머라너 개의 한 품종이고 회색의 짧고 매끈한 털이 전신을 덮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만 레이라는 강아지 이름은 웨그먼이 가장 존경하는 사진작가 만 레이의 이름을 따 지었다고 한다.

웨그먼은 반려견 만 레이에게 인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교감 훈련을 오랫동안 했다. 그 결과  반려견 만 레이는 사람처럼 슬픔·기쁨·우울함 등 많은 표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반려견 만 레이는 인간처럼 표정을 짓고 몸은 인간이 옷을 입은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필자가 사진 공부를 할 때 본 웨그먼의 사진에서 만 레이는 사람처럼 공허한 눈빛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웨그먼의 작품 세계에 감동한 적이 있다. 웨그먼은 아크네·샤넬·이브생로랑 등 많은 패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했다. 그중에서도 2001년 막스막라의 코트를 입은 만 레이 사진이 인상적이다(사진①).

깔끔한 스타일에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한 막스마라의 코트는 현대적 감성을 완벽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커리어 우먼에게 잘 어울린다. 막스마라 코트는 크게 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101801 코트는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앤 마리 베레타가 1981년 트렌치코트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고 출시 직후부터 전 세계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 받았다.

101801 코트(사진②)는 일명 마담 코트라고도 하며 허리를 죄는 벨트가 없는 오버사이즈 핏, 톱니바퀴의 라펠로 다소 남성적인 느낌이 나는 더블 버튼 여밈의 코트다. 기모노 스타일의 소매에 막스마라 특유의 푼티노 스티치를 더해 줬다. 101801이라는 이름은 막스마라가 코트 생산 당시 붙였던 상품 번호다. 그동안 101801 코트의 남성적인 재단은 이브닝 드레스에도 잘 어울렸고 최근에는 티셔츠와 진바지 위에 걸쳐도 아주 멋스러운 코트로 거듭나고 있다. 
 

 마누엘라 코트, 섬세한 장인 기술 깃들여

막스마라의 둘째 코트는 마누엘라다(사진③). 마누엘라는 넉넉하고 편안하게 디자인돼 쉽게 입을 수 있는 랩 스타일의 아주 단순한 스타일의 코트다. 1998년 선보인 클래식한 이 코트는 100% 낙타 털 원단을 사용하고 캐멀·검은색·빨간색·네이비 등 네 가지 색상으로 전개하고 있다. 풍성한 니트 위에 걸치거나 가벼운 드레스 위에 입으면 자연스럽게 낮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패션이 완성된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마누엘라를 들여다보면 이 코트야말로 모든 디테일을 가장 섬세한 방식으로 조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영원한 코트의 힘이다. 마누엘라는 비율과 패브릭 그리고 섬세한 장인 기술이 깃든 아이콘 코트다. 

셋째, 루드밀라 코트(사진④)다. 최고 중의 최고, 가장 럭셔리한 코트 하면 떠올리는 게 아마 루드밀라일 것이다. 루드밀라는 콘셉트로 규정하는 코트이자 전문가의 코트이고 코트를 잘 아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다. 부드러운 캐시미어를 두 개의 층으로 겹쳐진 후 손으로 바느질해 만든 루드밀라는 넉넉한 핏으로 몸을 감싸 포근함과 따뜻함을 선사한다. 루드밀라의 넉넉한 핏은 은막에 등장하는 여신의 화려함을 갖췄고 극도로 섬세하게 직조된 캐시미어는 묵직한 새틴처럼 광택을 발산한다. 럭셔리를 느끼고 싶을 때 선택하는 아이템이다. 

넷째, 막스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이안 그리피스(Ian Griffiths)가 개발한 ‘테디베어’ 코트(사진⑤)다. 이 코트는 출시된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테디베어는 특유의 글래머스함과 재기 발랄함으로 패션계와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을 매혹시켰다. 테디베어 코트의 원단은 1980년대 고급 섬유로 제작된 플러시 소재의 롱 파일 원단을 사용해 제작됐다. 롱 파일 원단은 원래 고급 어린이용 장난감 인형 제품을 만들기 위해 독일 공장에서 개발됐다.
 

 테디베어 코트, 팜 파탈에서 펑크 퀸까지 잘 어울려

그러나 그 직물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많은 노하우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안 그리피스 팀은 이탈리아 공급 업체와 협력해 기술을 재개발했다. 실크를 베이스로 순수한 낙타 털을 사용해 독특한 인조 모피를 생산해 테디베어 코트를 만들었다. 이 코트는 고급스러운 풍성한 볼륨감은 만들어 냈다. 막스마라 컬렉션의 코트 목록에 스타처럼 추가된 테디베어 코트는 팜 파탈에서부터 펑크 퀸까지 모든 여성의 다양한 개성에 모두 잘 어울린다. 실크 베이스에 순수한 캐멀 헤어의 페이크 퍼로 제작된 개성 넘치는 아이템이다.

2023년은 막스마라가 테디베어 아이콘 코트를 출시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막스마라는 10주년을 기념해 사진작가 윌리엄 웨그먼과의 협업으로 재조명했다. 2001년 ‘도그 인 코트(Dogs in coats)’에서는 클래식을 상징하는 101801 코트를 만 레이가 착용하고 촬영했었다. 2023년 협업에서는 윌리엄 웨그먼의 늠름한 와이머라너들이 새로운 티셔츠와 스웨트셔츠, 테디베어 코트를 착용하고 화보를 촬영했다(사진⑥).

사진 자료 =막스마라 
자료 협조=막스마라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