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의 공적 자금 회수 성공할까…서울보증보험의 험난한 IPO 도전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2023. 9. 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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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일 보증보험사, 안정적인 실적과 배당 성향 50% 내세워 투자자 몰이 나서
시가 총액 최대 3조6000억원 제시, 해외 대형 보험사 끼워 고평가 논란도
서울보증보험 사옥 / 사진=서울보증보험


한국 유일의 전업 보증보험회사인 서울보증보험이 10월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목표 기업 가치는 3조6200억원으로 제시했다. 안정적인 실적과 높은 배당 성향을 내세워 투자자를 그러모을 계획이다. 하지만 증시에서 보험업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사보다 기업 가치를 높게 책정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시장에서는 상장을 완주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54년간 한국 보증보험 시장 독점

1969년 설립된 서울보증보험은 이행 보증, 신용 보증, 재보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보증보험은 보험 계약 당사자 간에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때 계약에 따라 보험사가 손해를 보상해 주는 것을 뜻한다. 서울보증보험은 각종 이행 보증을 비롯해 신원 보증, 휴대전화 할부 보증, 중금리 대출 보증, 전세 자금 대출 보증 등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보증 업무를 하는 회사들은 많지만 보험의 형태로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한국에서 서울보증보험 한 곳뿐이다. 글로벌 기준인 국제신용보험‧보증보험협회(ICISA) 회원사의 원수 보험료를 기준으로 전 세계 4위다.

처음엔 대한보증보험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했지만 1997년 외환 위기 때 정부 주도로 한국보증보험을 합병하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 당시 정부는 보증 시장 안정을 위해 10조2500억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최대 주주는 정부 기관인 예금보험공사(지분율 93.85%)다.
서울보증보험은 공적 자금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과 높은 자본 건전성을 갖춘 보증보험사로 성장했다. 작년 말 기준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기 자본은 5조411억원 규모다. 매출은(영업수익) 2조6363억원, 영업이익은 7343억원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5685억원이다. 보증보험 시장에선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 보니 수익성이 손해보험사 대비 높다. 영업이익률은 27.9%로 한국 11개 손해보험사의 평균인 2% 대비 9배 이상 높다.

올해도 실적은 순항 중이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은 1조3268억원, 순이익은 1891억원을 달성했다. 보험 수익은 1조1218억원, 이 중 보증보험이 89.5%(1조38억원)를 차지한다. 보험사의 건전성 측정 지표인 지급 여력(K-ICS) 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413.27%를 기록해 보험업법상 감독 기준(100%)과 한국 일반 손해보험사의 평균 비율(206.58%)을 웃돌았다.

회사 측은 높은 배당 성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최근 10년간 평균 주주 환원율(배당 성향)은 54.2%였다. 한국 상장 손해보험사 6개 사의 평균인 19.4%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다.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에서 현금 배당금과 자기 주식 순매입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회사가 벌어들인 돈에서 배당금을 얼마나 지급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서울보증보험은 상장 후에도 높은 배당 성향을 이어 갈 계획이다. 회사 측은 “타 보험사 대비 압도적인 지급 여력 비율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에도 50% 이상 수준의 배당 성향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안정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가치 고평가에 오버행 우려까지


서울보증보험의 상장은 공적 자금 회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이번 공모에서 신주 모집 없이 전량 구주 매출로 진행한다.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 주식 중 10%(698만2160주)를 시장에 내놓는다. 공모로 조달한 자금이 회사 운영 자금 등에 쓰이지 않고 고스란히 예금보험공사에 유입되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서울보증보험에 투입한 10조2500억원 중 4조6136억원을 회수했고 5조6364억원이 미회수액으로 남아 있다. 이번 상장으로 최대 3617억원을 회수한다고 해도 약 5조3000억원이 남아 있다.

예보는 향후 2~3년간 한 번에 약 10%씩 소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최대 33.85%의 지분을 입찰이나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팔아 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경영권 매각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상장 후 오버행(대규모 매도 대기 물량)이 계속 나와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증권가에선 서울보증보험의 공모가가 높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한다. 서울보증보험은 기업 가치 산정을 위해 한국의 대형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DB손해보험과 프랑스 보증보험사인 코파스, 미국 최대 보험사인 트래블러스 등 총 4개 사를 선정했다. 이 중 주가순자산배율(PBR)이 높은 해외 대형 보험사를 포함한 덕분에 기업 가치가 한국 보험사들에 비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서울보증보험은 비교 기업 4개 사의 평균 PBR 0.95배를 적용해 적정 시가 총액을 4조5560억원으로 평가했다. 한국 보험사인 현대해상(PBR 0.3배), 한화손해보험(0.19배) 등과 비교해 기업 가치가 세 배 이상 높게 평가된 셈이다. 서울보증보험이 선정한 비교 기업의 PBR은 트래블러스(1.68배), 코파스(0.97배), 삼성화재(0.67배), DB손해보험(0.44배) 순이다. 평균을 끌어올린 트래블러스를 비교 기업에서 제외하면 평균 PBR은 0.7배 수준으로 낮아진다.

일각에선 서울보증보험이 한국 사업만 하고 있어 글로벌 보험사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트래블러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등 중남미 시장에서도 보증보험 사업을 하고 있고 코파스는 전 세계 6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보험업을 하는 기업과 서울보증보험을 비교하기엔 매출 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며 “한국 시장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과 성장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은 10월 13일부터 19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 가격은 주당 평가액에서 20.79~39.60% 할인해 3만9500~5만18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 규모는 2758억~3617억원,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 총액은 3조6168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이 대표 주간사 회사를 맡았다. 수요 예측에 성공하면 10월 25~26일 일반 청약을 진행하고 11월 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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