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이상 번 돈으로 이자도 못갚는 ‘좀비기업’ 903곳 달해

이윤주 기자 2023. 9. 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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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비중 추이. 한국은행 제공

7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장기존속 한계기업’이 900곳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부실위험이 높아 정상기업으로 회복되는 비율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중 ‘장기존속 한계기업 현황·특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계기업은 3903개로, 전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법인(외감기업)의 15.5%에 달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 비용)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뜻하는데,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는 뜻이다.

특히 5년 이상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03개사로 전체 한계기업의 23.1%를 차지했다. 영업손실이나 이자부담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이런 상태가 만성화하는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금융기관에 총 50조원의 차입금을 보유해, 전체 한계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차입금의 29.6%를 차지했다.

규모별로는 자산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중견기업에서, 업종별로는 부동산, 운수(항공·해운 포함), 사업지원 등 서비스업에서 장기존속 한계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보고서는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업종이나 영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부문에서 장기존속 한계기업 비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이 1년 후 폐업이나 자본잠식과 같은 부도 상태에 빠질 확률을 뜻하는 부실위험(중위값 기준)은 5.67%로, 전체 외감기업과 한계기업의 부실위험(0.88%, 3.26%)을 크게 웃돌았다. 또 2021년 신규 취약 기업(취약 1년)의 36.6%, 신규 한계기업(취약 3년)의 22.6%가 지난해 정상기업으로 회복된 반면,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9.9%만 정상기업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장기존속 한계기업의 평균 자산은 1291억3000만원, 매출은 648억6000만원으로 비한계기업의 각각 0.67배, 0.4배수준에에 불과했다. 반면 부채(1127억1000만원), 차입금(645억2000만원), 이자 비용(35억3000만원)은 각각 비한계기업의 1.23배, 1.47배, 2.3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존속 한계기업에 속해있다고 하더라도 자산 규모, 업종에 따라 현금흐름 양상에는 차이를 보였다.

중견·대기업(자산 1000억원 이상)은 차입을 늘려 영업손실을 보전했지만, 중소기업들(1000억원 미만)은 주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대응했다. 특히 자산 1조원 이상의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영업손실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대규모 차입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 장기존속 한계기업은 영업현금흐름 수지가 크게 악화하지 않는 수준에서 차입을 통한 투자활동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자산규모, 산업에 따라 장기존속 한계기업 간에도 부실 위험 등 건전성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취약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과 같은 정책을 판단하고 실시할 때 한계기업 여부뿐 아니라 개별 기업의 재무 건전성, 자산규모, 산업 특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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