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영국도 없앤다는 상속세, 한국도 폐지 검토할 때[사설]

2023. 9. 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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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 정부가 다음 달 200년 넘게 유지해온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은 프랑스혁명 이후 부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1796년 상속세를 처음 도입한 원조(元祖) 국가다.

원조인 영국마저 없애려는 상속세에 대해 우리도 근본적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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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 정부가 다음 달 200년 넘게 유지해온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은 프랑스혁명 이후 부의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1796년 상속세를 처음 도입한 원조(元祖) 국가다. 내년 말 총선을 앞두고 영국에서 상속세 폐지 여론이 높아지자(찬성 48%, 반대 37%), 리시 수낵 총리는 세율 40% 상속세에 대해 “가장 혐오스러운 세금”이라며 단계적 폐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미 선진국에서 상속세 폐지는 대세가 됐다. 소득세를 낸 재산에 부과하는 이중과세라는 논란과 투자·고용을 줄이는 부작용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5개국에서 상속세가 사라졌다. 캐나다·뉴질랜드·오스트리아는 물론 평등을 중시하는 북유럽의 스웨덴·노르웨이도 상속세를 폐지한 바 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50%)은 최대 주주 할증(20%)까지 고려하면 세계 최고다. 부의 대물림 차단이란 국민 정서에 기대어 2000년 이후 물가와 경제성장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틀을 유지하고 있다. 급기야 창업자 별세에 따른 상속세 물납으로 정부가 올해 초 넥슨 지주회사인 NXC 지분 29.3%를 보유하는 2대 주주에 오르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상속세 부담으로 알짜 기업이던 락앤락과 쓰리쎄븐, 유니더스 등은 아예 회사를 외국 사모펀드 등에 넘겼다. 기업들 사이에 “한두 번 더 상속세를 내면 모든 기업이 국영기업이 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에는 탈세가 워낙 흔해 소득세를 사망 시점에 한꺼번에 걷는다는 명목으로 상속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명하고 정밀한 과세가 보편화한 만큼 가혹한 상속세는 명분을 잃은 지 오래다. 상속 재산 전체에 과세하는 유산세에서 각자 받은 만큼 과세하는 유산 취득세로 찔끔 바꾸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원조인 영국마저 없애려는 상속세에 대해 우리도 근본적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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