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제때 올려야[뉴스와 시각]

박수진 기자 2023. 9. 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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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한숨 쉬는 가정이 많다.

재산세 납부에 추석 차례상 준비까지 지출이 유독 많은 9월, '폭탄'처럼 늘어난 전기요금까지 가세하며 월급은 말 그대로 통장을 스쳐 지나가 버렸다.

사실 8월 전기요금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됐던 바다.

한국전력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기요금 분할 납부를 신청한 소상공인의 8월 전기요금 부담은 48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6%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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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경제부 차장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한숨 쉬는 가정이 많다. 재산세 납부에 추석 차례상 준비까지 지출이 유독 많은 9월, ‘폭탄’처럼 늘어난 전기요금까지 가세하며 월급은 말 그대로 통장을 스쳐 지나가 버렸다. 사실 8월 전기요금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됐던 바다. 그간 전기요금이 많이 올랐던 데다 역대급 무더위로 전기사용량이 늘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여름 전기요금은 지난해 여름 요금에 비해 26%, kWh당 28.5원 올랐다. 같은 양을 썼다 해도 이미 26%를 더 내야 하는 데다 폭염으로 에어컨을 많이 틀었다면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기요금 부담액은 급격히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8월 전기사용량은 역대 여름철 최고치인 5만1000GWh에 달했다. 소상공인들의 형편도 비슷하다. 한국전력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전기요금 분할 납부를 신청한 소상공인의 8월 전기요금 부담은 48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6%나 뛰었다. 일부 자영업자는 폐업까지 고려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는 가운데 추석 연휴 직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4분기 전기요금도 인상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인상론이 힘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김동철 신임 한전 사장도 20일 취임사에서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요금 인상을 촉구했다. 내년 4월 총선이 임박하고, 물가 상승률이 3%대에 재진입했음에도 정부가 요금 인상을 고려하는 것은 그만큼 한전 재무 상황이 절박한 위기에 직면해 있어서다. 2분기까지 한전 누적적자는 47조 원에 달하고 부채는 201조 원을 넘어섰다. 한전 부채는 우리 국가 연간 예산의 30%에 이르고,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0%나 된다. 김 사장이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사장실을 ‘워룸’으로 명명하고 야전 침대를 설치해 가며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요금 인상 없이 부동산 매각이나 임금 반납 등의 자구책 마련만으로는 한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시점에서 한전 위기를 초래하고 가계와 자영업자에게 전기요금이 짐이 되게 한 근본 원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탈(脫)원전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한전 재무 악화 요인은 누적되고 있었지만 지난 정부는 요금 인상을 억눌러 왔다. 비용이 늘어나면 전기요금을 올리는 ‘연료비 연동제’가 2021년부터 도입됐지만, 정부가 ‘유보조항’을 들어 인상을 미룬 탓에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한 요금 조정은 지난해 2분기 들어서야 겨우 시작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부터 올 2분기까지 5분기에 걸쳐 kWh당 40.0원(39.6%)이나 오른 전기요금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인상을 미루면 단기 부담은 줄어들지 몰라도 우리가 치러야 할 근본 비용은 눈덩이같이 불어난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지양하고 연료비 상승 같은 인상 요인이 있을 때 적기에 요금을 올려야 한다.

박수진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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