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정당 스스로 저버리는 민주당[포럼]

2023. 9. 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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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국회에서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분노의 광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도 투표 결과를 공개하라며,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색출해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비밀투표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국회의원 각자의 양심에 따른 결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민주당이 민주적인 정당이기를 포기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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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지난 21일 국회에서 국회의원 이재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분노의 광풍이 불고 있다. 당내에서는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색출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으며, 25일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 판사에게 ‘영장 기각 호소 탄원서’ 서명운동 결과를 전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체포동의안 가결과 관련, 비명계(비이재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와 송갑석 최고위원의 사표는 수리됐으나,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의 사표는 반려됐다. 당 밖에서는 일부 시민이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살해 예고 글까지 올리고 있다.

작금에 민주당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과연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함께 숨을 쉬며 살고 있는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 중반에 중국에서 시작된 문화대혁명운동이 연상되기까지 한다. 슬픈 일이다.

헌법에 따라 정당은 그 목적과 조직 및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제8조 제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제46조 제2항). 그리고 국회에서 인사에 관한 안건에 대해 투표를 할 때는 투표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투표 결과를 공개하라며,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색출해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비밀투표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국회의원 각자의 양심에 따른 결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민주당이 민주적인 정당이기를 포기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구체적 사건을 재판하는 법관이 누구의 지시나 명령에도 구속당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심판해야 한다는 ‘법관의 독립’은 권력분립의 원리를 구현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라고 4명의 전직 국회의장과 소속 의원 161명 및 당원·지지자 등 89만4000여 명이 서명한 ‘구속영장 기각 호소 탄원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전달한 것은 재판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노골적인 조치로 ‘법관의 독립’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둘 이상의 정당이 있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정당이 정권을 담당토록 한다. 즉,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는 ‘복수정당제’를 채택하고 있어야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당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고 선의의 경쟁이 용인될 때, 그 정당을 민주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1859년에 출간한 ‘자유론’에서 인간은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절대 진리를 앞세운 국가나 집단의 억압은 개인의 발전은 물론 그 집단의 진보를 저해하는 해악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 후 민주당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제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복원돼야 한다. 당내에서 소수파의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당론을 모아갈 때, 국민은 민주당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건강한 야당으로 다시 태어날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바로 서게 될 것이다.

임종훈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前 홍익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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