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쇄신 나선 ‘유통 투톱’ 롯데·신세계

2023. 9. 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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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위기 속 조기 정기 인사 단행
‘신상필벌’ 인사 무게...실적개선 과제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각사 제공]

‘유통 공룡’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인사 쇄신으로 환골탈태를 꾀하고 있다. 사실상 쿠팡으로 대표되는 유통업계의 온라인 지형 변화에서 패권을 놓쳤다는 위기감이 유례 없는 인사 칼바람을 일으켰다.

지난 2~3년간 외부 인사 영입 등 파격 인사로 디지털전환(DT)이라는 변화카드를 꺼내 들었다면 올해는 다르다. ‘신상필벌’에 무게가 실렸다.

신세계그룹은 외부 출신 영입 대신 ‘OB(올드보이)’에게 주요 자리를 몰아주며 인사 물갈이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9월 중순 전례 없이 이른 정기 인사를 공지했다. 2021년 10월 1일, 2022년 정기 인사를 발표한 적이 있지만 9월까지 앞당긴 것은 처음이다. 인사를 빨리 발표한 만큼 위기의식도 컸다는 방증이다.

롯데도 임원인사를 통해 2년간 운영한 HQ(헤드쿼터) 체제의 중간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롯데온 등 계열사 체질 개선에 실패한 외부 인사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유통계열사 데뷔를 암시하며 신 상무가 본격적으로 경영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롯데 역시 10월 조기 인사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상 롯데그룹은 해마다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그룹 전체 인사를 발표해왔지만 올해는 이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HQ 체제 전환에 따른 성과평가와 신 상무의 유통 부문 데뷔다. 신 상무가 위기에 빠진 롯데 유통 부문을 맡으며 경영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2일(현지시간) 신 상무는 신 회장과 함께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이하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 참석하며 공식석상에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신 회장은 신 상무와 동행한 의미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 아들은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신 상무가 유통 분야에서 활동할 계획에 대해 묻자 “네, 앞으로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그룹 최초 외부 인사로 혁신을 주도했던 인물의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가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종료되면서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쇼핑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6222억원,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7.2%, 30.8%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백화점은 물론 e-커머스, 홈쇼핑, 컬처웍스까지 계열사 전반이 부진했다.

조급한 정기 인사에서 감지될 만큼 두 그룹 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올해 초에는 시장 규모 순위를 일컬어 ‘이마롯쿠’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가 ‘쿠이마롯’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2분기 매출 규모로만 보면 ▷쿠팡 7조6749억원 ▷이마트(신세계 제외) 7조2711억원 ▷롯데쇼핑 3조6222억원 순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디지털전환과 실적 개선이 더디자 두 그룹은 뒤늦게 인사부터 새 판 짜기에 나섰다. 특히 그룹 내에서 DT를 적극적으로 이끌었던 인물들은 읍참마속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신세계그룹은 20일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를 이례적으로 동시에 교체했다. 이마트 새 수장으로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임명됐다. 그는 이마트와 함께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채널까지 모두 맡게 된다.

4년간 이마트를 이끌었던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공동 대표는 인사 칼바람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강 전 대표는 외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이마트 대표에 오른 인물이다. 컨설턴트 출신인 그는 베인앤컴퍼니코리아에서 2009년부터 이마트 경영컨설팅을 맡으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취임 이후 2021년 신세계의 G마켓 인수·합병 전반을 주도하며 신세계그룹에 디지털전환 DNA를 심은 인물이다. 그러나 실적 개선은 요원했다. G마켓은 분기마다 10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적자 규모만 500억원이 넘으며, 올해도 상반기 누적 적자 20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 역시 e-커머스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롯데온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 2021년 롯데쇼핑에 합류해 임기 3년을 보장받은 롯데온 나영호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후임자는 계열사 실적 개선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이마트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 SSG닷컴, 지마켓을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로 묶어 운영한다. 계열사들을 묶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 롯데 역시 롯데마트·슈퍼의 통합 소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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