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는 고가주택 사려, 50대는 노후에 자영업하려고…가계빚 또 증가[금융안정상황]

2023. 9. 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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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가계대출액 가장 높아
주택매입비중 나홀로 ‘급증’
50대와 60대는 사업자대출 ↑
한은 “고령층 부실위험 대비해야”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40대 중년층을 중심으로 주택관련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가격이 재상승함에 따라 15억원이 넘는 고가주택 매입 비중이 크게 늘었다. 반면 50대 장년층과 고령층에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확대됐는데, 이들이 은퇴하거나 소득이 끊겼을 때 일부 부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주택가격 다시 오르네?” 고가주택 사려 40대 몰린다

26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에 따르면 중년층(40대)의 1인당 가계대출액은 1억1000만원으로 20~60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 부동산 거래 및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택관련대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연령별 주택매입 현황을 살펴보면 올 2분기 40대의 주택매입비중은 32.5%로 전년(23.3%) 대비 1년 만에 9.2%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장년층(50대)과 고령층(60대 이상)의 주택매입비중은 각각 23%에서 19.9%, 22.5%에서 14.5%로 오히려 떨어졌다.

한은은 중년층이 특히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주택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자금조달계획서를 통해 시산한 연령별 주택매입 현황에 따르면 40대의 ‘15억 초과 주택’ 매입 비중은 40.2%로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청년층(22%), 50대(21.8%), 고령층(16%) 순이었다.

최근 주택가격의 반등세가 나타나자 중년층이 주택 매입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으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이에 한은은 주춤했던 명목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다시 상승전환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올 2분기 ‘가계신용/명목GDP’를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오른 101.7%로 추산하기도 했다.

청년층(20대·30대)의 경우 전세자금대출과 함께 특례보금자리론을 포함해 실거주를 위한 주택관련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올 2분기 1인당 주택관련대출은 5504만원으로 3년 전(4352만원) 대비 26%나 증가했다.

“노후에 자영업 하거나 투자하려고”…2금융권서 개인사업자대출 받는 중장년층
[연합]

반면 장년층(50대)과 고령층(60대 이상)의 경우 금리가 높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확대되고 있었다. 한은이 시산한 연령별 1인당 대출 규모를 살펴보면 2분기 50대와 60대의 1인당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각각 3800만원과 3900만원으로 30대(1200만원)와 40대(2700만원)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가계대출 제약으로 비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이 증가하고 있었다. 은퇴한 고령층의 경우 자영업, 또는 자산투자 활동을 위한 상업용 부동산 매입수요가 높기 때문에 사업자 대출을 받기 위해 몰리는 것이다. 사업자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할 경우 은행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 한도가 적용되지만, 2금융권에서는 최대 95%까지 가능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아예 없다.

한은은 “2016년 이후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이 확대됐고 2021~2022년 중 DSR 규제 3단계가 시행되면서 고DSR 차주의 경우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은은 장년층과 고령층 사이에서 일부 대출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년층의 경우 중반 이후에 은퇴 등으로 소득 단절이 발생할 경우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으며, 고령층 역시 자영업자 소득이 부진해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고령층 연체차주의 보유 대출 구성을 살펴본 결과, 개인사업자대출 중에서도 경기가 특히 나쁜 도소매·음식·숙박업이 8.7%, 건설업이 7.8%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계대출뿐 아니라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소득대비대출비율(LTI)를 보면, 고령층의 2분기 LTI는 350%로 여타 연령층(청년층 262%·중장년층 301%)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고령층의 대출 확대 및 부실위험 억제를 위해서 비은행권 신용리스크 관리체계 정비, 개인사업자 대출 여신심사 강화 등과 함께 고령층 소득기반 확충 등의 지원책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우선 (개인사업자 대출 등) DSR 적용 대상 대출을 점차 확대시켜 나가면서 장기 주담대 등의 경우 차주의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고령층의 경우 역모기지 확대 등을 통해 노후자금 조달여력을 확대하고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규제 기반 마련 등의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며 “이 밖에 금융정책 외에도 고령층의 소득보전을 위한 연금제도 등 사회경제적 차원의 근본적 대책에 대한 논의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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