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취약성 다시 커졌다…한은 "가계부채·부동산 취약요인"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긴축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가계대출이 늘고 국내외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의 잠재 취약성이 다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금융시스템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도 상승 전환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다시 늘고나고 있는 가계부채와 비은행금융기관의 부동산 부실위험 등이 향후 국내 금융시스템에 취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내외 충격에도 금융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정챙당국 간 공조를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충격흡수능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43.6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FVI는 금융불균형 정도와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내외 충격 등에 대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잠재 취약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FVI는 코로나19(COVID-19)가 한창이던 2021년 2분기(59.3)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분기까지 7분기 연속 하락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민간신용 증가세, 자산가격 오름세 등 영향으로 2분기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FVI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 4분기(43) 수준까지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장기평균(2007년 1분기~2023년 2분기)인 39.1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단기 금융시스템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도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금융불안지수는 16.5를 기록했다. 지난 6월(14.6)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다.
금융불안지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불안이 크다는 의미다. 이 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이 지수는 주의 단계를 넘어 위기 단계로 진입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4월에도 24.6을 기록하며 위기 단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인 지난해 3월 8.4로 주의 단계에 재진입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강원도가 지급보증한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터지자 23.3을 기록, 위기 단계에 들어섰다. 이후 정부와 한은이 지난해 11월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방안 등을 내놓으면서 위기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낮아졌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최근 FSI와 FVI가 상승세로 돌아선 데 대해 "내부적으로 FSI와 FVI가 모두 오른 부분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있"며 "FVI의 경우 가계대출이 늘고 금융기관들이 2분기 들어 레버리지를 늘리고 있는 부분이 우려돼 관계당국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문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부실위험 확대 △가계·기업의 채무상환 부담 증대 등을 금융시스템 내 취약성 및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주요국 금융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부동산시장 위축, 경기회복세 지연 등 부정적인 대내외 여건들이 맞물릴 경우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잠재 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중국 부동산시장 불안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국내 금융기관의 대중(對中) 부동산 개발회사 및 부동산신탁 관련 익스포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의 중국 부동산시장 익스포저는 약 4000억원 수준이며 중국 부동산 신탁 관련 익스포저를 포함한 익스포저도 1조원에 못미친다.
다만 한은은 중국 부동산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부동산 관련 업종 신용위험 증대 △대중국 수출기업 재무건전성 하락 등 중장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스템에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기업부채) 비율은 2분기 말 225.7%로 지난 1분기(224.5%)보다 소폭 상승했다. 가계신용 레버리지가 101.7%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고 기업신용이 124.1%로 전분기(123%)보다 상승한 결과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한은은 금융안정 리스크 조기경보기를 보다 강화하는 한편 가계부채 구조개선 등을 위해 유관기관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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