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시대]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등장 배경과 의미

김동진 2023. 9. 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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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엔진과 소재, 부품뿐만 아니라 연료를 채우는 방식까지 기존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의문점이 생겨납니다. ‘비 오는 날 전기차를 충전해도 될까’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에 IT동아는 전기차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살펴보는 ‘EV(Electric Vehicle) 시대’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차량과 외부 사물을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동화와 자율주행화의 진행으로 자동차가 바퀴 위 컴퓨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다양한 형태의 이동 수단과 이용 방법이 등장하면서 모빌리티로 불리기도 합니다. 모빌리티에 탑재하는 배터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장부품 비중이 증가하고, 소프트웨어로 구동하는 부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편의와 안전장치를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ECU)와 주행 중 수집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빛의 속도로 분석하는 연산장치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주행 성능과 편의·안전 기능뿐 아니라 감성 품질과 브랜드 차별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전자제품에 주로 내재했던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에 장착된 것은 1980년대부터인데, 전자 제어 시스템 도입에 이어 각종 전기, 기계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또한 자동차 업체들이 소비자 편의와 안전을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은 전기와 전장 시스템을 장착하자, 고급 차는 100개가 넘는 ECU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복잡성이 증가하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도 많아져 소프트웨어의 코딩라인도 증가했습니다.

대형 여객기인 보잉 777의 코딩 라인이 650만 줄인 데 비해 고급 차는 2000만 줄을 넘어섰고 1억 줄을 넘어선 모델도 있습니다. 비행기는 지정된 항로로 운항하지만, 자동차는 자유로이 주행하면서 고려해야 할 주변 환경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로 더욱 복잡한 소프트웨어가 요구됩니다. 이에 따라 3~4년 전부터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SDV는 자동차 시스템의 복잡성으로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제어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전자장치들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중앙집중형 제어’가 가능한 자동차라 할 수 있습니다.

SDV 핵심 요소 및 기술 / 출처=현대차

소프트웨어는 모든 동력원의 자동차에 탑재할 수 있으나, 전장부품 수와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전력 소비가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기동력차 플랫폼 위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얹어야 SDV가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SDV는 100여 개에 달하는 분산형 제어 시스템을 통합해 와이어 하니스의 양을 줄임으로써 경량화와 함께 공간도 축소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연비 향상과 소비자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SDV는 기존 무선(OTA) 업데이트와는 달리 잘못된 시스템 프로그램의 수정과 시스템 기능 개선, 업그레이드 등이 가능한 무선 펌웨어(Firmware Over The Air) 등을 지원합니다. 무선 펌웨어는 제동 기능부터 주행거리 설정, 운전자 보조기능 개선 및 추가 적용 등 폭넓은 업데이트뿐 아니라 차량의 하드웨어까지 설정할 수 있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및 구독 서비스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소프트웨어가 기존 업체 대비 5년 이상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성능, 운전, 경험을 통제하고, 인포테인먼트, 음성인식 제어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기존 자동차업체들은 SW의 20%~30%를 내재화할 계획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26년에 SDV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UBS는 2030년에 전 세계 자동차 5대 중 4대가 무선 업데이트나 무선 펌웨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내 차량 인포테인먼트 OS 탑재율 / 출처=카운터포인트리서치

미래차인 전기동력·자율주행차는 소프트웨어 기반이 될 수밖에 없고, 자동차업체들은 다양한 기계 및 전기·전장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제어해 최적화할 수 있는 자체 운영시스템(OS)도 개발 중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애플이 차량의 스크린을 장악했고, 운전자 정보까지 저장하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또한 도요타는 차량 소프트웨어가 스마트폰 생태계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창업 전기차 업체인 니오는 소비자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자동차의 진화는 끝이 없어 보입니다.

글 /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항구 원장은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와 연관산업 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과 호서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조교수를 겸직했으며, 2023년 2월부터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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