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테크, 우리가 국대다]⑥ 에크모 국산화에 간편한 휴대성은 덤…“차별화한 기술로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시지바이오, 삼성서울병원은 강원대, 인성메디칼 등과 공동 개발
심장 박동이 멈추면 환자의 생명이 위독해진다.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는 환자의 폐와 심장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 순환기 기능을 돕는 일종의 인공 생명 유지 장치다.
에크모는 심폐부전이나 심정지 등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체내 혈액을 환자 몸 밖으로 빼내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환자 몸 안에 넣어주는 순환 기능을 한다.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신해 심장과 폐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에크모가 메르스와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현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에서 에크모 개발과 상용화에 나서는 기업이 등장했다. 재생의료 전문기업 시지바이오는 삼성서울병원, 강원대 공대, 인성메디칼과 협력해 2025년까지 구급차 내부나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휴대형 에크모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그간 에크모 수요는 급증했지만, 해외 제조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은 장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의료진은 미국이나 독일 의료진 못지 않게 에크모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에크모를 상용화한 국내 기업은 아직까지 없다. 이에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산화가 시급한 상태다.국산 에크모 개발이 완료되면 코로나19와 감염병, 급성심부전·폐부전 등 심폐 위기에서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지바이오는 어떻게 개발이 어려운 에크모 개발에 도전하게 되었을까.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휴대형 심폐순환 보조장치(ECMO) 개발 사업’은 2020년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이 사업 개발에는 5년간 76억원이 투입된다. 사전 기초연구는 국내에서 에크모 시술을 가장 많이 하는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조양현 교수(연구책임자) 주도로 진행됐다.
조양현 교수팀은 2018년 기준 국내 ECMO 치료의 8% 이상을 처치하고 있는 국내 최다 처치 의료진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사업 1단계(2020년~2022년) 주관기관을 맡았다. 또 이 과제 수행에 필요한 기초 연구는 박동형 펌프에 대한 원천 기술과 체외심폐순환 장치 관련 의공학 연구를 오래 진행했던 강원대 기계의용공학과 최성욱 교수 연구팀이 진행하게 됐다. 강원대는 에크모를 구성하는 주요 장치인 혈액펌프의 핵심 기술을 보유했다. 인성메디칼은 의료기기 카테터 제조 전문기업이다.
시지바이오는 사업 1단계에는 참여기업 자격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오는 2025년까지 사업 2단계부터 주관기관을 맡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보건의료위기상황에 대처할 제품 개발과 사업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시지바이오의 유현승 대표의 연구 주관 하에 김성현 시지바이오 개발센터장, 이동기 책임연구원(파트장) 등이 힘을 합쳐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에크모는 폐를 대신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산화기, 심장을 대신해 혈액 흐름을 일으키는 혈액펌프, 혈액이 지나가는 수송로인 튜브와 혈액에 삽입하는 캐뉼라 등이 구성요소다.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해 폐기능이 떨어져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 작용을 할 수 없을 때 인공폐 역할을 하며, 혈액을 직접 순환시키므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 여기서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펌프 시스템이다.
시지바이오가 개발중인 에크모 장비는 실제 심장과 유사하게 박동성을 유지하는 ‘차세대 박동형 펌프 시스템’으로 가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에크모의 혈액 펌프는 혈액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연속 흐름(비박동형) 펌프가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시지바이오가 개발하는 혈액 펌프는 심장에서 생성되는 자연적인 심장의 박동을 모방해 심장과 유사한 흐름의 리드미컬함이 특징인 박동형으로 설계됐다.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는 “개발 장비는 사람의 심장에서 생성되는 자연적인 박동과 유사한 패턴을 생성해 생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순환 유지가 가능하도록 기술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동기 책임연구원은 “박동형 펌프를 이용한 에크모는 혈액에 박동 흐름을 생성하는 펌프 유형”이라면서 “우리 몸에 더욱 효율적으로 산소와 혈류를 공급해줄 뿐 아니라 심장과 폐의 부담도 덜어주는 장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박동형 펌프는 비박동형 펌프보다 좀 더 생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 패턴을 제공하고 잠재적으로 다양한 기관의 혈액 순환을 개선하는 이점을 제공한다”면서 “박동 흐름은 생리학적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흐름 패턴을 제공해 혈전 형성, 과도한 출혈과 응고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출혈 장애인 후천적 폰 빌레브란트 증후군의 발병 가능성고 같은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전력이 부족한 병원 밖 환경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휴대용으로 개발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고가 발생하는 현장이나 의료서비스가 낙후한 지역에서 에크모를 손쉽게 빨리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되는 것이다. 이는 앰뷸런스에서는 물론 사고나 재해 현장에서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지바이오는 의료진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정 기능을 갖춘 합리적 가격대의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유 대표는 “휴대용 에크모는 일정 기간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심장과 폐 기능을 유지해 병원이나 밖에서 생명 구조 및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심장 원리를 이용한 박동형 이중펌프 생명 보조장치”라면서 “기존 에크모보다 가볍고, 가격이 저렴하며, 사용하기가 용이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 “휴대성과 범용성을 갖춘 에크모 국산화 도전한다”
“중환자 치료의 필수장비 에크모는 독일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쓰고 있습니다. 휴대성과 범용성을 갖춘 에크모 국산화 개발 사업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여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참여를 결정하고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7일 서울 용산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는 “그 동안 쌓아온 회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100% 외산 심폐보조장치를 대체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휴대형이라는 차별성을 토대로 해외시장에도 과감히 도전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2025년 말까지 구급차 내부나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 휴대형 에크모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6년 설립한 시지바이오는 재생의료 전문기업이다. 재생의료는 손상된 세포나 조직, 장기 등을 복원하는 기술이다. 시지바이오는 줄기세포 중심인 재생의료 시장에서 재료공학 기술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 직원의 30%가 석박사급 연구 인력으로 구성됐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10%를 웃돈다. 뼈·피부 재생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유 대표가 에크모 개발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에크모는 국내 기준으로 약 400여대가 환자치료에 쓰이고 있지만, 장비 및 재료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자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비용 부담이 컸다. 유 대표는 “생명유지에 가장 중요한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하는 만큼 안전성과 정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국산화 시도의 의미가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특히 응급 상황에서 에크모가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거나 병원 간 이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낭비된다. 긴급 상황에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6시간 작동이 가능한 휴대형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크모 국산화를 위해서는 의료기기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4등급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 등급 체계를 1~4등급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4등급은 인체내 영구적으로 이식되는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그는 “시지바이오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을 이어온 게 23년째”라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또 “국내 최초 뇌동맥류 스텐트인 ‘알파 스텐트’의 제조 품목 허가를 획득한 것도 이러한 끈기와 도전 정신 덕분”이라며 “이런 러한 경험을 토대로 최초의 4등급 휴대형 에크모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지바이오는 향후 에크모 개발에 적용한 ‘박동형 펌프 시스템’을 활용해 심장 보존장치 장비 기술 개발도 고려 중이다. 유 대표는 “심장이식 수술을 할 때 이식자와 공여자 간 시차가 존재할 수 있는데, 이를 메꿀 안전한 ‘장기이식용 심장보존장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지바이오는 미국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이 독점 중인 미국 골대체재(인공뼈) 시장에 맞설, 국내 최초 골대체제 ‘노보시스’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지난해 7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오소픽스에 노보시스의 기술을 수출했다.
이때 받은 금액은 기술료와 마일스톤을 더해 총 2800만달러(373억원)로 확인됐다. 앞으로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유럽, 호주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전세계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척추 수술 비율 증가로 인한 골이식재 시장 역시 커지고 있다”며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인도나 중국 등 국가들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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