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무협회장 “트럼프로 바뀌어도...美 국익우선 공급망 재편 지속”
내년 11월 미 대선결과에 촉각
한국 기업에게 기회이자 위기
“교역 등 엄중한 현실 준비해야”
韓기업, 고금리로 비용 부담늘어
“시기 조절해 대미투자 진행해야”
구 회장은 이날 미 워싱턴DC에 위치한 무역협회 워싱턴지부 사무실에서 특파원간담회를 열고 내년 11월 미국 대선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공급망을 모두 바꾸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집권하더라도) 그런 부분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히려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국익을 위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만든 여러가지 법안과 공급망이 오히려 더 강화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부연설명했다.
구 회장은 대미 경제협력사절단을 이끌고 미국 뉴욕을 거쳐 워싱턴DC를 찾아 의회, 행정부, 싱크탱크 등과 교류하고 있다. 여기에 동행한 외교관 출신의 김경한 포스코 무역통상실장(부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펼쳤고 바이든 대통령은 산업 정책을 통해 개별 산업별로 미시적 보호를 해나갔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굉장히 학습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정치는 여야 구별없이 산업을 어떻게 지역으로 끌어들여서 얼마나 일자리를 늘리고 표로 귀결시키기 위해 원포인트로 움직인다”며 “교역이나 제3국 입장에서 더 엄중한 현실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무역·통상환경을 주시했다. 그는 “한국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에 따른 자유무역환경에서 엄청난 혜택을 받았는데 이제는 세계가 블록화되면서 어떻게 살아나갈 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문제해결을 지원하면서 기업들이 편안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전세계적인 고금리 기조와 최근 원화값 하락에 따라 기업별 대미 투자자금 조달비용이 커진 부분에 대해서는 “시기를 조절해서 그래도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자비용이 거의 2배 이상 증가해서 예산도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3사의 공격적인 대미투자가 과잉생산이나 치킨게임으로 번지는 것도 경계했다. 그는 국익차원에서 투자를 잘 조정해서 나중에 손해보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워싱턴DC 방문기간에 미국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한국 국적자에게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를 발급하도록 하는 ‘한국과의 파트너 법안(Partner with Korea Act)’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억달러로 뉴욕 건물 리모델링해 랜드마크로...달라스 거점도 신설키로
또 무역협회는 1억 달러를 투입해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자리잡은 뉴욕지부 건물을 2027년 완공목표로 리모델링해서 한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텍사스 달라스에 무역협회의 세 번째 미국 네트워크 거점 신설도 검토 중이다.
구자열 회장은 “새로운 환경에서 수출 상품구조가 바뀌어야 하고 문화와 소프트웨어도 많이 수출해야 하기 때문에 무역협회 자체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예전에는 기업들이 문제 발생시 스스로 해결해서 사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별 정부와 의회가 통상에 많이 관여하면서 무역협회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며 “한국에 도움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국격에 맞게 건물을 잘 관리해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분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 기업인들은 대미 투자환경 변화에 따른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출했다.
반도체 장비기업인 엑시콘 최명배 회장은 미중 첨단기술 분쟁과 관련해 “반도체 업계는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며 과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라 시장의 80%를 점유했던 일본에 타격을 주고 한국에 기회가 됐지만 미래에는 정반대 입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제조업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면 미중 반도체 분쟁이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은 미국 철강업계가 친환경 철강인 ‘그린 스틸’에 대규모 투자하면서 전통적인 고로 방식의 외국산 철강제품의 시장진입을 막을 수 있다면서 사전 대응을 촉구했다.
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회장은 “지난 2008년 미국에 진출해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전문 고급인력 채용과 비자문제로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자동차 베어링 전문기업인 일진그룹의 이동섭 부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 경쟁사로부터 반덤핑 소송을 당했다가 현지 고객들과 무역협회 지원에 힘입어 승소했던 사례를 소개하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비즈니스 환경과 관련한 지식을 한국 기업들과 공유하고 수출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진그룹은 올해 미국에 2억 달러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연규찬 효성중공업 미국 법인장은 “미국에 설비를 증설하더라도 기술자와 엔지니어를 교육하고 확충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고, LS그룹 전선분야 계열사인 슈페리어 에식스 최창희 미국 법인장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의 성공방정식을 찾으려면 개인이나 회사를 넘어 무역협회 경제사절단과 같이 서로 머리를 맞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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